환율 1100원대 진입…산업별 명암 엇갈려

입력 2009-09-23 19:08 수정 2009-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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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정적' · 전자 '버틸 만' · 항공·철강 '활짝'

23일 원·달러 환율이 1195.60원에 마감되면서 1년만에 1100원대로 주저 앉았다. 이에 따라 산업계도 환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 안정과 지속되는 무역흑자로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수출 기업들은 그동안 누려온 환율효과가 약해지면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내년에는 연평균 환율이 1130원가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완성차업계 '부정적'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60∼80%에 달하는 자동차는 환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현대차는 500억원, 기아차는 3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 반대로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난다며 판매물량을 제한하는 업체까지 나타났던 수입차 업계는 판매가를 내려 시장을 넓히거나 현 가격을 유지하면서 이익을 늘릴 기회를 잡게 된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기아차 역시 수출기업이기 때문에 환율하락으로 인해 실적에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이어 "현재의 환율 수준은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서는 월등히 낮은 환율이지만 하락속도가 문제"라면서 "급격하게 환율이 내려가면 현대차에게는 분명히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 하락속도가 가파르면 그동안 환율 수혜를 입었던 현대차로서는 힘든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원가나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통해 환율 하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자업계 "버틸 만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체들도 수출 위주의 사업구조상 환율하락이 반가울 리 없는 업종이지만 완성차업계에 비하면 원·달러 환율의 1200원대 붕괴가 충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하락세로 진행돼 온 사안이고, 이미 이른바 환율효과에 대한 기대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이 우선순위인 만큼 엔화의 변동에 관심이 쏠려 있으며,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강호문 사장은 "환율 효과는 이미 사라진 상태"라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식화한 바 있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도 이를 감안해 지난 달 "환율 1000원대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고효율 경영을 체질화함으로써 호황기에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나가자"고 임직원들에게 말했다.

TV등에서 일본 소니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전자 역시 엔화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이 환차손을 입힐 수도 있지만,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만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그럼에도 작년 말부터 여의도 본사에 워룸을 설치하고 환율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대비하고 있다.

◆항공·철강업계 "우리는 좋아요"

반면 항공·철강 업계는 환율하락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의 경우 연간 지출비용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항공유 구입비와 항공기 리스료, 해외지사 운영비 명목으로 나가는 외화여서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표시되는 재무제표는 그만큼 좋아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달러 수입보다 달러 비용이 연간 기준으로 20억 달러 더 많이 지출되기 때문에 환율 하락은 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연평균 10원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8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철강업계도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생산단가 하락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외화부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철강석 등 원료를 전량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효과가 생산단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다만 전체 철강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 부문은 환차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를 100% 가까이 수입하지만 매출에서 내수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대 1 정도로 내수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한편 정유산업은 원유를 수입하는 구조 때문에 원화 강세로 이득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매출의 절반가량이 수출에서 나오고 있어 "예전 같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료를 수입해 다시 수출하므로 이익과 손실이 상쇄된다는 것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변동은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율동향을 주시하면서 환율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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