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일자리 주는데 획일적 정년연장 타당한가

입력 2024-11-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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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15∼29세) 일자리가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30세 미만 일자리가 13만4000개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1년 전보다 25만4000개 늘었지만,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흡사 폭격을 맞은 것처럼 큰 생채기가 났다. 이 통계의 ‘일자리’는 취업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근로자가 점유한 ‘고용 위치’다. 주중엔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주말엔 학원 강사를 한다면 취업자는 1명이지만, 일자리로는 2개로 집계된다.

취업자 통계지표도 우려스럽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3000명 증가했지만, 청년층은 18만2000명 줄었다. 24개월 연속 감소세다. 구직 활동도 없이 그냥 쉬는 인구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도 청년층 비중 증가 탓이 크다.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도 걱정이다. 8월 기준 20대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146만1000명으로 전체(338만9000명)의 43.1%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많다. 10여 년 전에 비해 청년 취업자의 제조업(22.0%→15.2%) 비중이 떨어진 반면 숙박음식점업(5.1%→12.1%)은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청년 채용문은 비좁아졌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에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물었더니 10곳 중 6곳(57.5%)이 없거나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인크루트 조사에선 대상 중견기업(117개)·중소기업(588개)의 절반가량만 채용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을 탓할 계제도 아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내수 부진으로 비상등이 켜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청년층이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을 가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얼마나 급한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최우선으로 기업 숨통을 죄는 산더미 규제를 철폐하고 고용 경직성은 완화해야 한다. 능력·역할이 아니라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손보는 일도 급하다.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계속고용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더 늦출 수 없다. 시대착오적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으면 100조 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노동연구원 연구 결과를 유념할 일이다.

국회에선 법정 정년연장 입법 경쟁이 한창이다. 근래 6개의 정년연장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내년 초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차원의 입법안 제출도 예정돼 있다. 획일적인 정년연장 주도권 경쟁이다. 964만 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1년생)가 올해부터 차례로 60세 정년에 들어가는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작금의 접근 방식은 위험하다. 메마른 들판에 불을 놓는 형국이어서다. 이 문제가 아무리 중요해도 ‘묻지마 연장’까지 합리화할 순 없다. 정치권이 선심 경쟁에 매몰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떠미는 것 아닌가. 졸속 대응은 국가적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부터 더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질 것이다. 국가 운명을 걸고 불장난을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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