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들짝” 놀라 1년 미만 경력도 ‘퇴사 러시’…금감원, 인력 수혈 안 통한다

입력 2024-11-17 10:51 수정 2024-11-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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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퇴사자 10명 중 3명 경력직
경력 퇴사자 비중 5년새 10%p 급증
올 들어 1년 미만 경력직 4명 줄퇴사

▲금융감독원 전체 퇴사자 중 경력직 비율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금융감독원 전체 퇴사자 중 경력직 비율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지난해 한 금융사에서 금융감독원 경력직으로 이직했던 A씨는 최근 1년 만에 해당 금융사로 다시 복귀했다. 금융사에서는 A씨가 1년간 다른 기관으로 이탈했던 패널티로 연차 1년을 깎았다. 이에 대해 ‘후회는 없냐’고 묻자 A씨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감독원 일이 너무 힘들었어서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퇴사자 급증에 따른 업무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경력직을 대거 채용했지만, 그렇게 입사한 경력직마저 줄 퇴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저연차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거세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부 충원을 하는 것인데, 1년 미만 경력직 이탈이 가속하면서 금감원의 인력 영입에 대한 어려움은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 퇴사자 103명 가운데 경력직이 28.2%(2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자 10명 중 3명은 경력직이란 의미다. 2019년 16.4%였던 경력직 퇴사자 비중은 최근 5년 사이 약 10%p(포인트) 증가하며 연평균 2%p씩 비중을 높여왔다.

경력직 퇴사자 비율은 꾸준히 증가세다. 2020년 19.3%에서 2021년 26.7%로 1년 만에 7%p가 넘는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2022년에는 23.5%로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2021년까지만 해도 86명이었던 퇴사자가 2022년 102명으로 크게 뛰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듬해인 2023년 경력직 퇴사자 비율은 다시 28.2%로 약 5%p 급증했고, 올해도 25.6%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특히 1년 미만 재직한 경력직 사이에서 퇴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경력직 중에서 1년 미만 퇴사자가 1명 발생했다. 뒤이어 올해부터는 1년도 채 근무하지 않은 경력직 4명이 줄줄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한 경력직 관계자는 “첫 시작이 어렵지 1년 미만 경력직 중에 첫 퇴사자가 발생하니까 경력직 사이에서도 ‘이왕 나갈 거 나갈 수 있을 때 빨리 나가자’는 파장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금감원 내에서 경력직 퇴사가 보기 드문 사례는 아니었다.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경력직들은 이력서에 금감원 근무 경력을 내세우면 ‘몸값 띄우기’로 활용할 수 있어 선호하기도 했다. 전문 경력직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금감원 4급 이상(선임조사역) 직원부터 적용받는 관련 업종 취업심사도 일부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어 퇴사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1년 미만 단기 경력 퇴사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와 별개로 금감원 처우가 악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하더라도 최소 3년 이상은 재직해야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으로 자리를 옮길 만큼 인정을 받을 수 있는데 이들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퇴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경력을 발판으로 회계법인으로 이직한 한 회계사는 “1년 미만은 어디 가서 경력도 못 쳐준다. 과중한 업무량에도 임금이 비례하지 못하자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실적으로 최근 7년간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 이하를 지속하는 상태”라며 임금인상의 필요성을 밝혔지만, 감독분담금을 직접 올리지 않는 이상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감독·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감독분담금으로 대부분의 운영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피감대상인 금융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지출이다.

지난 8월부터는 시간 외 수당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시간 외 근무량이 1년 전보다 크게 늘면서 야근 관련 수당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금감원 경력직 관계자는 “올해 주요 사안이 연달아 터지면서, 검사국이 아닌데도 검사 지원을 나갔어야 했다”며 “야근하지 않은 날을 손에 꼽는다”고 했다.

결국 근본적인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젊은 직원들의 이탈은 물론 외부 경력 수혈로도 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연차 직원들이 떠난 자리를 경력직으로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경력직들이 1년도 안 되어 나가면 신규 인력 유입만으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실질적인 급여 체계 개선이나 조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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