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주총 앞두고 시끌…박재현·송영숙 배임 혐의로 고발당해

가현문화재단에 120억 원 기부로 주주권 침해 주장…한미약품 측 “경영권에 눈먼 욕심”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왼쪽)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사진제공=한미약품)

이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 인사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법적 다툼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13일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한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최대주주인 회사로 한 대표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인사로 볼 수 있다.

고발장에는 박 대표가 송 회장의 지시에 따라 가현문화재단에 2022년 42억 원, 2023년 60억 원, 올해 상반기 17억 원 등 총 119억 원 상당의 기부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가현문화재단은 송 회장이 설립한 문화재단으로 2020년 2월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송 회장은 가현문화재단의 한미사진미술관 관장직도 맡고 있다.

고발인인 한 대표는 한미약품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하는 과정에서 상법에 따라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며 배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약 3년간 기부 총액이 120억 원에 육박하는 점, 단순한 일회성 기부가 아닌 수년간에 걸쳐 정기적인 기부행위로서 총액이 100억 원에 이르는 점, 각 기부 당시 회사의 재정 상태 등에 비춰 그 기부총액이 과다하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기부행위는 회사의 중요한 자산의 처분에 해당하는 만큼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한미약품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119억 원 만큼 손해를 입은 셈이고, 주식회사가 대가 없이 기부하거나 증여하면 주주에 대한 배당재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기부행위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의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가현문화재단이 올해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대신 송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기부 행위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형제 측은 9월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매표 행위에 해당한다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회신이 이뤄질 때까지 운영비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약품 측은 임시 주총을 앞둔 상황에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고발의 실제 주체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 년 기간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 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다”면서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어머니인 송 회장을 고발했다 하니,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아들의 눈먼 욕심 앞에 비정함도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한미약품이 임종윤 사장 개인회사 ‘룬메이캉’에 대한 감사(일감몰아주기)를 착수해 심적인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중국 정부의 세무조사도 받고 있는 등의 어려움도 고발에 이르게 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송 회장은 남편 임성기 회장이 일궈온 한미약품그룹을 지켜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