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1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 원장은 "번역아카데미를 대학원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격상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한국문학의 수요를 확장하고, 세계 독자들의 질적 이해도를 재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쾌거 이후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을 한국문학 전반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문학을 비롯한 K콘텐츠 전문번역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게 전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법적인 제약들이 있어서 지금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라며 "과거에도 두 번이나 법안이 제출됐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지금 한국문학 번역이 더 중요해졌고, 팽창하는 수요를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이 일이 꼭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번역원은 산하 기관인 번역아카데미를 대학원대학으로 격상해 정식 학위과정의 교육기관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학원대학 설립을 골자로 한 문학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번역아카데미는 비학위 과정으로 정식 학위 제공이 불가능해 우수한 번역가를 양성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 개정안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번역원이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근 번역원 경영기획본부장은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비용에 약 84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는 각종 임대료와 리모델링 비용, 학사운영비, 전임교원비 등이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한국문학 번역과 해외출판을 지원하는 예산은 31억 원으로 올해(23억 원)보다 8억 원 증가했다. 번역원 총예산은 141억 원(정부안)으로 올해 대비 6.3%(132억 원) 증가했다. 연말에 국회에서 예산 검토가 이뤄진 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전 원장에 따르면 한 작가는 번역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은 작가다. 한 작가에게 지원한 예산은 대략 10억 원이다. 28개국에 총 76종의 책을 번역하는 데만 8억 원가량 들었다. 또 한 작가를 해외도서전 등 각종 프로그램에 파견하는 데에도 1억5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2010년대부터 한국 작가들이 주요 국제 문학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최근 5년간 한 작가를 포함해 한국 작가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국제상을 받은 사례는 총 19건이다. 정보라, 박상영, 황석영 작가 등 후보까지 오른 사례는 48건이다.
전 원장은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이 세계인들의 시선을 많이 끌고 있는데, 이러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확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