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적 쇄신 시급”
파운드리, 기초부터 다져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분기마다 흑자를 내고도 전망이 밝지 못한 이유는 경쟁사들보다 기술적으로 부진한 상황이 더 빠르게 심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분위기 전환을 위한 강한 결단력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기술적,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사장단 및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 인사를 진행해왔지만,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 지속되자 대내외적으로 빠른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한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원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이번에도 이른바 회전문식 인사를 단행하면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이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제는 비즈니스가 아닌 기술력을 다시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 및 조직 개편 역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기술 리더십을 탄탄하게 세울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모두 기술력이 뒤처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현재 내부뿐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발 빠른 인사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삼성전자는 재무적인 부분에 관점을 두고 경영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뒤처진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실력 있는 엔지니어 중심의 조직 개편을 진행해 경영과 기술이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인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무진의 백 마디 말보다 경영자의 한 마디가 무게감이 더 크다"며 "이재용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향후 비전에 대한 큰 그림을 직접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특히 부진이 심한 파운드리 사업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했다. 공정안정화, 검증된 설계자산(IP) 확보 등 기초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국내 팹리스 기업 대표는 “파운드리는 메모리뿐 아니라 팹리스 등 생태계를 같이 조성하면서 키워나가야 하는 사업인데, 그간 삼성전자는 선단 기술 공정 투자에만 집중해왔다”며 “경쟁사 대비 공정도 안정화되지 않고, 검증된 IP도 적어 고객사가 줄고 있다. 3~5년 정도는 다시 기초부터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