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을 48조407억 원으로 편성했다. 최근 10년래 최대 규모로, 올해 주택 거래 증가 및 경기 활성화에 따른 세수 증가가 반영됐다. 다만 채무를 줄이는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자 예산은 보수적으로 잡았다.
31일 서울시는 2025년 예산안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48조407억 원으로, 올해(45조7405억 원) 대비 2조3002억 원(5%) 증가했다. 이전 최고치인 2023년보다는 8502억 원(1.8%) 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기후위기, 도시기반시설 노후화가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고 있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데 예산을 집중 편성했다”면서도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채무를 줄이는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기준 서울시 채무는 11조4057억 원으로, 2022년(11조8980억 원) 이후 줄어들고 있다. 내년 채무도 142억 원 감축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 편성은 시민 건강과 안전에 중점을 뒀다. 세부적으로 저출생 대응, 건강도시 서울, 활력있는 경제, 촘촘한 돌봄, 안심하고 누리는 일상, 글로벌 매력 도시, 균형발전 등 7개 핵심과제에 집중 투자한다.
우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저출생 대응 예산을 과감하게 편성했다. 내년 2조5309억 원으로, 올해보다 2352억 원 늘렸다. 특히 결혼·출산을 가장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는 주거를 전폭 지원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1조1091억 원을 투입해 신혼부부 주택 4000호, 청년안심주택 2504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자녀출산 무주택가구에도 월 30만 원씩 2년간 주거비를 지원한다. 출산·양육 관련 예산도 늘려 고령·난임부부 의료비, 1인 자영업자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도 지원한다.
이번 편성에서 건강(4177억 원) 관련 예산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오 시장은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하고 있는데 모든 시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건 나라 전체의 과제”라며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러너·자전거스테이션 등 운동 편의시설 확충(32억 원)으로 지하철역을 생활 스포츠 허브로 만든다. 하늘숲길 조성 및 서울 둘레길 정비에 74억 원, 잠수교 전면 보행화에 76억 원, 손목닥터 9988 사업에 304억 원을 편성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한다.
돌봄 분야 예산도 11조1053억 원으로, 올해보다 6735억 원 증가했다.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에 102억 원을 투입해 민간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최중증 지원도 늘린다. 외로움·고립·은둔 종합대책에는 362억 원이 배정됐다.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고립·은둔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저소득 어르신 급식 지원에 441억 원, 시니어의 사회적 관계 확장을 지원하는 다시가는 학교 7학년 교실 사업에 2억 원 등이 들어간다.
이밖에 안심벨 헬프미, 경광등 지원에 45억 원, 전기차 화재 방지를 위한 스프링클러 설치 등에 71억 원, 기후동행카드 운영에 1109억 원, 재생열 공사 보조금 시범사업에 20억 원이 배정됐다.
7대 핵심 과제와는 별개로 보훈 관련 예산도 늘린다. 80세 이상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 참전유공자들의 참전명예수당을 기존 월 1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4·19혁명 유공자 등에게 지급되는 보훈예우수당을 월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올린다. 생활보조수당은 만 65세 이상에서 전 연령으로 범위를 넓히고 국가유공자 사망조의금(20만 원)은 새로 신설한다.
오 시장은 “7월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다가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선양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