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보완적 리더십 발판으로 쌍끌이…임원인사는 '안정 속 쇄신'
단일지주사 전환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현대백화점그룹이 정지선ㆍ정교선 오너가 형제를 주축으로 '원팀 경영'에 속도를 낸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동생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겸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회장으로 전격 승진 인사했다. 오너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다소 정체기인 계열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1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정교선 부회장의 현대홈쇼핑 회장 승진은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12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정 신임 회장의 생일이라 형에게서 '승진 선물'을 받은 것이다. 2009년 현대홈쇼핑 대표를 맡은 정 신임 회장은 무려 16년 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오너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홈쇼핑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업황 부진도 무시할 수 없는 승진 인사 배경이다. 한때 유통업계의 캐시카우로 불렸던 TV홈쇼핑이 이커머스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으면서, 신성장동력 확보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탓이다. 이에 오랜기간 홈쇼핑 사업을 진두지휘한 정 신임 회장에게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부여하고 중장기 전략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정지선 회장이 승진 인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신임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1974년생인 그는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우애가 깊은 것으로 유명한 정지선ㆍ교선 형제는 작년 출범한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현대백화점그룹 공동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주사 체계 개편과 함께 형제의 그룹 내 지배력은 한층 견고해지고 있다. 현재 두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만 69%에 육박한다. 그간 둘은 상호보완적 구조를 형성하며 그룹의 경영을 쌍끌이해왔다. 재계에선 정 신임 회장이 형인 정지선 회장을 탄탄히 보좌하며 단일 지주사 기반의 그룹 경영을 무난히 이끌어갈 것으로 본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정교선 신임 회장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확보 뿐 아니라 홈쇼핑의 장기적 성장전략 구상 및 추진에도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안정 속 쇄신' 기조가 반영돼 일부 계열사 대표가 교체됐다. 현대면세점 대표이사로 박장서 영업본부장이 신규 선임됐다. 박 신임 대표는 1992년부터 33년 간 면세점 영업을 담당해 온 면세사업분야 전문가다. 종합 건자재 기업인 현대L&C 신임 대표에는 이진원 현대그린푸드 푸드서비스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글로벌 매트리스 전문 기업 지누스 대표에는 정백재 현대L&C 대표가 옮겨갔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경영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미래 지향형 인재를 신규 임원으로 선임해 그룹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