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동해 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규탄한 직후에 ICBM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자국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 10분경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 발사를 포착했다.
합참은 이 탄도미사일에 대해 "고각(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발사돼 약 1천㎞ 비행 후 동해 상에 탄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당국은 공동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며,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경보정보는 실시간으로 한·미·일 3자 간 긴밀하게 공유됐다"고 부연했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간 공조 회의가 이뤄졌다며 "한·미 국방장관은 미국 측 전략자산 전개 하 연합훈련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하여 동맹의 대응 의지를 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또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탄도미사일 기술 활용과 과학 및 기술협력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미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한·미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에 향해있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북한은 10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8일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바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8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발사한 이후 43일 만이다. 당시 북한은 탄두가 4.5t에 달하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와 순항미사일을 섞어 발사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이날 북한의 ICBM은 86분간 비행했다. 이는 지난해 7월 화성-18형 시험 발사 당시 비행시간인 74분을 넘어 역대 최장시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이 새로운 ICBM을 시험 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ICBM 발사에는 지난달 조선중앙통신 사진을 통해 처음 공개된 '신형 12축 이동식 발사대(TEL)'가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 기존 북한은 화성-18형은 9축 TEL을 이용해 ICBM을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