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법 위반…환수절차 착수 및 수사의뢰
협회장은 '해임', 사무처장은 '중징계' 요구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정·부패 의혹에 휩싸인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보조금법 위반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김택규 회장에 대해 해임을 요구했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협회 사무검사 및 보조사업 수행점검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협회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자정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협회 모든 임원을 해임하는 관리단체 지정, 선수 지원 외 다른 예산의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문체부는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 발언'을 계기로 협회 운영 전반을 살폈다. 특히 이날 문체부는 김 회장이 협회 돈으로 물품을 구매하면서 이른바 '페이백'을 받아 임의로 쓴 정황에 대해서 "횡령 및 배임의 가능성도 있다"라며 해임 요구 등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회장은 라켓·셔틀콕 등 물품을 구매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후원 물품 지급 계약을 구두로 체결했다. 이후 약 1억5000만 원 규모의 물품을 받았는데, 협회는 이렇게 받은 물품을 공식 절차 없이 배부했다.
이날 이 국장은 김 회장의 보조금법 위반 사항에 대한 보조금 환수 사전 절차로 30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보조금 부정수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반환액과 제재부가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보조금법'상 위반액의 반환 책임은 보조사업자인 대한체육회에 있다. 대한체육회는 간접보조사업자인 대한배드민턴협회로부터 이를 반납받을 수 있다"라며 "후원 물품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서는 29일 송파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조금법' 위반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회장에 대해서는 해임,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체부는 김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도 사실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김 회장은 올해 4월 소안도 워크숍 식사 자리에서 욕설과 폭언을 하고 운전 수행 등 과도한 의전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김 회장을 관계기관에 신고했다.
문제가 됐던 배드민턴 복식 국가대표 선발 방식도 개선한다. 경기력 70%, 평가위원 평가점수 30%로 선발하는 현행 제도가 실력보다는 운이 크게 작용하고, 불공정한 선발을 가능케 한다는 문제의식이 선수들 사이에 있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주관적 평가 폐지 △최상위 국제대회를 출전할 자격을 가진 세계랭킹 32위까지 선발전 면제 △유망한 신인선수 발굴을 위한 주니어 국가대표(23세 이하 등) 별도 선발 등 개선안 도입을 권고했다. 협회가 이를 받아들여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개선하면, 문체부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수를 현재 38명에서 48명으로 늘릴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이러한 조치는 선수 선발 사항을 정부가 결정하는 것보다 협회가 스스로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선수 증원은 변화의 과정에서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하는 선수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주말·공휴일 외출·외박 규제 및 청소·빨래 시 선배 선수에게 보고하는 등의 부조리한 문화를 개선한다. 재활·치료 과정에서 선수가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 역시 보장한다.
끝으로 이 국장은 "국가대표 지원 강화, 불합리한 제도 개선은 누가 봐도 당연한 것들인데, 이제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