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중단’은 시간문제?…대출 틀어쥐는 정부, 실수요자는 ‘답답’

입력 2024-10-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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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부채 핵심으로 꼽히는 ‘전세대출’ 뇌관 해체에 착수했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주택 매매를 위한 정책자금 대출 직접 규제에 나서 역풍을 맞자, 이번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총량을 간접 규제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본확충 절차를 가로막아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직접 규제를 제외한 모든 간접 수단 활용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30일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HUG는 전날 50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채권) 발행 절차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은 “관계 부처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에 HUG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일시 중단했다.

일반적으로 채권 발행은 금융당국에 신고한 뒤 수요 예측 등을 거쳐 시행한다. 부처간 합의 사항이 아닌 만큼 이번 금융당국의 요청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금융위 등 관계 부처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HUG 채권 발행은 일시 중단된 것이고, 계속 발행 과정 등을 논의 중이다. 부처 간 엇박자가 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HUG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최근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전세보증금 대위변제 사례가 늘고 자본 감소 등으로 보증 업무에 차질이 우려되자 직접 자본확충에 나선 것이다. 만약 HUG 자본확충이 지연되면 전세보증금 반환 보험 신규 가입 중단으로 전세대출이 일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2021년 HUG 대위변제액은 5041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9월까지 3조22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에 HUG의 보증 배수는 4분기 법정 상한선(90배)을 초과한 132배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주거 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국토부 대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고삐를 대신 죄는 것이라고 봤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조치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적극적 금융 정책인 금리 인상 등을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그 외 하위(서브) 장치를 모두 건드는 상황”이라며 “시중은행 금융 지도와 같이 대출 총량을 줄이는 정책과 결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은 감소세가 지속 중이지만,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스트레스 DSR과 정책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 매매를 위한 대출 규제를 시행한 만큼 전세대출 규제 역시 ‘시간 문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35조7000억 원으로 8월 대비 5조7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896조8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6조2000억 원 늘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237조9000억 원으로 5000억 원 줄었다.

하지만 민간 영역의 전세대출을 정부가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연말까진 금융당국 입김이 통하겠지만 전세대출이 진짜 중단되면 여론은 악화할 것이고, 또 은행이 내년부터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공격적으로 대출에 나서면 결국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목적으로 한 전세대출 중단은 어려울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 폭과 연체율을 조정하는 선에서 관리 방향을 설정하는 정책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가계대출 총량이 급증해 어느 정도 안정화할 필요는 있다”며 “하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전세대출은 주거복지 측면에서 오히려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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