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최근 아이폰에서 인공지능(AI) 통화 녹음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을 두고 필요할 경우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늘며 예산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내년에는 빅테크 소송비를 증액하고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30일 최장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서 “개인정보와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거나 우려가 나오면 조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만약 그러한 우려가 제기되면 앞으로 (애플의 통화녹음 서비스를) 살펴볼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 자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판단이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이 올해 6월 출시한 통화 녹음 서비스 ‘에이닷’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개인정보위는 SKT에 시스템 상 접속 기록을 보관하라는 등의 안전조치를 준수하라고 권고했다. 에이닷이 이용자의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를 요약해 다시 이용자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가 쓰이는데, 이 때 누가 접속했는지 체크하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정보위는 SKT 에이닷이 시정 권고 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다만 SKT는 통화 시 양 측 이용자의 녹음본은 각각의 모바일 기기에만 저장되고 서버로 이전하지 않아 개인정보 관련 우려가 적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28일(현지시간)부터 자체 운영체제(iOS) 버전 18.1부터 지원하고 있는 통화 녹음 역시 이같은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위원장은 “통화 녹음 등의 AI 서비스가 개인정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AI 서비스의 편의성을 누리고 소비자인 정보 주체가 도움을 받는 부분도 있다”며 “개인정보위 입장에서도 굉장히 조심하면서 AI 발전과 균형을 잘 맞춰 해 나가겠다. 애플도 국내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기준으로 대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구글이나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예산이 충분한지 묻는 질문에 그는 “구글·메타 등 빅테크 소송을 위해 내년 예산 약 4억 원을 확보했다”면서도 “해당 예산은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가 예산을 줄이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단기적으로 송무팀을 꾸리고 장기적으로는 빅테크 전담 변호사와 회계사를 구축할 방침이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마이데이터 사업은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 예고 등 절차가 남은 만큼 최대한 기한에 맞게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 예고를 앞두고 있으며 세 달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진행 중이다.
최 부위원장은 “일정이 조금 빡빡해진 건 사실이지만 최대한 선도 서비스를 해서 맞추려고 하고 있다”며 “법제처를 설득해 최대한 시행일을 맞춰보려고 노력 중이고 늦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