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N번방' 주범 '징역 10년'…법원 “잘 나가는 여성에 열등감 표출”

▲법원 (이투데이DB)

동문 여성들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주범 박모 씨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박준석 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방 N번방' 주범 박 씨에 대해 징역 10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신상정보 공개, 5년간 아동 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등의 부수처분도 내렸다.

공범 강 씨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동일한 부수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내 최고의 지성이 모인 대학에서 동문으로 수학한 피해자를 상대로 그들 사진을 이용해 허위 음란물을 만든 뒤 인터넷에 배포한 소위 ‘지인능욕’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면서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고 범죄의 빌미도 전혀 제공하지 않았으며 같은 학교 동료로서 선의와 호의로 피고인을 대했음에도 마치 사냥감을 선택하듯 피해자를 선정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졸업·여행·결혼·만삭 사진, 아이나 어머니 남편 등 가족과 함께한 사진을 이용해 장기간 피해자를 성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해 인격을 말살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범죄는 피해자의 신뢰와 호의를 배신한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심신미약, 시험 스트레스, ADHD 등 정신적 질환을 주장한 피고인들의 입장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텔레그램 대화내역을 살펴보면 수사 받을 것을 대비해 각종 조치를 취했고 작성된 대화나 문장의 완성도, 내용에 비춰보면 특별한 정신적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신병적 증세로 범행했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심 등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웃으며 인사를 나눌 정도의 지인이라면 적어도 나에게 악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란 최소한의 사회적 신뢰마저 훼손해 사회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면서 “피고인을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익명성에 숨어 법과 도덕을 중대하게 무시한 결과가 어떤 건지 인식시키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게 사법부의 책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년 넘는 기간 동안 서울대 동문 여성들의 사진을 이용해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직접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씨가 제작한 딥페이크 영상만 2000여 개 넘는 것으로 조사됐고, 확인된 피해자만 서울대 동문 12명 등 61명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1000여 개가 넘는 성착취물을 외장하드 등에 소지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공범 강 씨의 경우 박 씨로부터 서울대 동문 여성들의 사진을 전달받아 허위영상물을을 제작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범행기간 긴 점, 영상물 개수가 많은 점, 평소 아는 지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들의 고통이 큰 점 등을 들어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