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하면 자동차를 주차할 그늘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많았다. 그늘에 주차하느냐, 땡볕에 주차하느냐 이건 다시 탈 때 숨 막히는 고통을 느끼느냐 마느냐의 중차대한 문제였다. 떙볕에 주차한 날은 차에 타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문제는 지방으로 가보면 생각보다 지하주차장이 없고 주차장이 있더라도 땡볕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주말에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 가서 더위를 달래러 나와도 그늘이 있는 지하주차장 생각은 애당초 말아야 했다.
야외주차장에서 그늘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주 행복했다. 바로 몇몇 고속도로 주차장이었다. 그곳엔 주차장에 태양광 시설이 있어서 넓은 그늘을 선사했다. 물론 대부분 꽉 차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내년 여름, 내후년 여름도 더우면 더웠지 시원하지는 않을 텐데 태양광 시설을 한 주차장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ㆍ도의 50구획 이상 주차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91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으며 3836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2023년 국내 전기차 전체 전력 소비량인 2163GWh의 약 2배의 잠재량이다.
주차장은 재생에너지의 입지로서 높은 수용성은 물론, 별도의 입지를 개발하지 않아도 되며 전력수요지와 근접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차장 입지를 활용해야 한다. 프랑스, 독일의 경우 신축/기축, 공영/민영 구분 없이 일정 구획 이상의 주차장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
일각에서 태양광 확대에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태양광을 지원했고 산을 깎고 태양광을 설치하다 보니 산사태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또 태양광 패널 공급을 중국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중국에 종속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검색시장의 대부분을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고 인터넷 검색을 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글로벌 OS 시장을 MS가 차지하고 있다고 PC를 쓰지 말자는 사람도 없다.
태양광 효율도 엄청 좋아지고 있다. 효율이 높아지면 설치면적이 줄어든다. 예전에 100kW 설치 시 500평이 필요했지만 최근엔 300평, 앞으로는 필요한 땅이 더 작아진다. 발전시간도 늘고 있고 흐린 날에도 발전할 수 있다. 설치비도 낮아지고 ESS 배터리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저효율 폐기급 패널은 요즘 아프리카에서 없어서 못 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송전비용인데 2GW급 고압 송전선을 원전에서 수도권까지 포설하는데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반대도 극심하다. 그러나 태양광은 단독주택, 아파트 옥상, 공장 등등 가까운 데서 공급할 수 있다.
1년간 태양에서 지구로 도달하는 에너지 총량은 376만6800엑사줄(exajoule))이다. 1엑사줄은 석유 1억7000만 배럴의 에너지양이다. 인류가 1년간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약 560엑사줄로 이는 태양으로부터 90분간 받으면 되는 정도에 불과하다.
1차 산업혁명으로 석탄을 많이 캐낸 영국, 독일, 미국이 국제 질서를 주도했다. 이후 원유가 대체 에너지가 되면서 산유국인 러시아와 중동 국가들에 권력과 부를 가져다줬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또한 확대됐다. 다음은 태양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