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 시작해 25일 종료된 제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명태균’으로 시작해 ‘김건희’·‘이재명’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지연 사안을 두고 여야간 공방을 벌이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정책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은 국정감사였다는 지적이다.
중앙지검·대검 국감서 ‘김건희 불기소’ 여야 공방
14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공수처 국정감사는 이른바 ‘명태균 의혹’으로 시작했다.
앞서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3억6000만 원짜리 ‘불법 여론조사’ 제공한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고, 이 공천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 핵심은 여론조사 비용 3억6000만 원이고 국민의힘 대선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았다”면서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진 개인 채무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뇌물로 공수처에서 의율 가능하다”며 날을 세웠다.
21일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명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관련 논란은 한층 가열됐다.
불씨는 자연히 김 여사로 이어 붙었다.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을 두고 여야는 격돌했다.
18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장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을 두고 고성이 오갔다. 전날 검찰 발표와 달리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말해 문제가 됐다.
21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한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빠른 시일 내에 김건희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주장하면서 “디올백,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의혹, 관저 비리, 공천 의혹 같은 김건희 종합비리를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검찰총장 등에 대한) 탄핵은 직무상 행위에 근거를 둬야 하는데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어떤 위법·위헌적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탄핵 사유 자체가 없다”고 맞대응했다.
이날 법사위 야당 위원들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김 여사,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 씨 등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동행명령장 송달을 위해 직접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아갔으나 경찰에 막혀 출입하지 못하면서 집행은 불발됐다.
민주당, 수원지법에 ‘이재명 사건 재배당’ 재차 강조
각급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는 ‘이재명 재판’을 둘러싼 여아간 설전으로 얼룩졌다.
22일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수원지법 등에 대한 법사위의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여당 소속 위원들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이 지연된 것을 주로 문제 삼았다.
2022년 9월 기소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다음 달로 예정된 가운데, 공직선거법상 선거범에 대한 1심 재판 선고의 경우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1심 선고까지만 2년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라면서 "피고인이(이 대표가) 무단으로 불출석해서 재판 기일이 넘어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보기에 중요 정치인이 되면 재판도 지연시키고 법정구속되지 않는구나 생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이 대표 재판을 정치적 기소로 인한 상황이라고 규정했고, 특히 수원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심리 중인 재판부를 재배당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원지법 형사11부 신진우 판사는 이화영 전 경기평화부지사 재판에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이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면서 “그 사안이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 되는 이 대표의 이번 재판에서 (신 판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심증과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법원이 고질적인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큰 숙원사업으로 보고 있는 법관 증원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7일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국정감사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민이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관 증원 및 재판연구원, 사법보좌관, 법원조사관 등 인력 확충에 위원님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사건 난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그에 비해 10년째 법관 수가 그대로 묶인 상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야 의원들도 재판 지연 문제를 지적했지만, 주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두고 사실상 정치적인 공방을 벌이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