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ㆍBYD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풀이
도요타와 수소 분야서 추가 협력 가능성도
미래차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협력을 위한 연결고리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나섰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잇달아 손을 잡는 한편 미국 빅테크 기업과도 협력을 넓히는 모습이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로봇 제조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일본 도요타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로봇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2020년 현대차에 인수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 개로 알려진 4족 보행 로봇 ‘스폿’, 2족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 등을 개발했다.
양사는 아틀라스에 도요타리서치연구소(TRI)의 거대행동모델(LBM) 학습 관련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드웨어 부문에서 앞선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AI 학습 관련 기술력을 갖춘 TRI가 상호 협력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용화하는 목표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도요타의 협력은 테슬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10일(현지시간) 로보택시 공개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여러 대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연출했다. 테슬라는 6월부터 옵티머스 2대를 자동차 공장에 배치해 단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GM과도 깜짝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GM은 승용차와 상용차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수소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는 내용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주요 전략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면서 생산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및 다양한 제품군을 고객에게 신속히 제공하기 위한 방안 등 적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모색한다. 특히 전기차에 강점이 있는 현대차와 대형 SUV와 픽업트럭에서 강점이 있는 GM이 협력을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달 초 미국 빅테크 기업인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양사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현대차 아이오닉 5에 적용한 뒤,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에 투입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웨이모에 공급되는 아이오닉 5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한다. 현대차는 하드웨어 이중화, 전동식 도어와 같은 자율주행 특화 사양을 적용해 아이오닉 5를 웨이모에 인도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잇달아 우군을 확보하는 것은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업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공급망을 수직계열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협력으로 파트너사와 원자재 등을 함께 구매하면서 원가 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면서 기술 개발에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한편 현대차와 도요타가 협업의 연결고리를 더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사는 27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모터스포츠 행사를 연다. 양사가 함께 개최하는 첫 행사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직접 참석한다. 두 사람은 미래 사업 협력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사가 모두 주력하고 있는 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GM, 웨이모, 도요타 등과 글로벌 협업의 연결고리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테슬라와 BYD로 대변되는 파괴적인 경쟁자들에 맞서 기존 업체 간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향후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중장기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