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포르투갈에 부는 ‘한강 열풍’

입력 2024-10-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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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서 사실상 초등학교를 마치고 포르투갈로 왔다. 그래서 좀 우려스러웠던 것이 모국어 어휘력의 단절이었다.

아이들은 가끔 “아, 그게 한국말로 뭐지? 단어가 생각이 안 나”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네가 평소에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초등학생 수준인 거다”라고 핀잔을 주곤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나 포르투갈에서나 “휴대전화 그만 보고 책 좀 읽어라” 잔소리를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조차 그걸 실천하지 않으니 ‘누워서 침 뱉기’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데 내 상태는 곡기가 끊어진 지 오래라 몇 번은 굶어 죽고도 남을 판이다.

그렇다면 이곳 사람들은 마음의 양식을 얼마나 채우고 있을까? 포르투갈 출판사 및 서점 협회(APEL)는 지난해 포르투갈 도서 시장 매출이 1억87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7% 성장했다 밝혔다. 1310만 권이 팔렸으며 책을 구입한 국민의 비율은 65%로 3%포인트 늘었고 연령별로는 25~34세가 가장 많았다. 판매된 도서의 34.1%가 아동 및 청소년 부문이며 소설(32.3%)과 논픽션(30.2%)이 그 뒤를 이었다. 포르투갈인 10명 중 7명(73%)이 지난해 책을 읽었고 독서량은 평균 5.6권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에 대해 APEL은 “국민들의 독서 습관에 진전이 있다.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새로운 세계와 아이디어의 문을 열고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편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이 2022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 회원국의 독서습관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75.2%)이며 덴마크, 에스토니아 순이었다. 또 10권 이상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아일랜드(25.9%), 핀란드, 스웨덴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4월에 내놓은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독서율은 43.0%이고 독서량은 3.9권, 하루 독서시간도 18.5분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정보전달의 창구가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때마침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 씨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앞서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를 배출한 포르투갈은 이 상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듯하다. 재작년 주제 사라마구 탄생 100주년 기념 도서전을 열었던 서점의 한 코너엔 지금 한국의 소설가 한강의 책이 전시돼 있다.<사진> 그 현장을 보니 한국인으로서 괜히 우쭐해진다.

독서의 계절이 왔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글로 더 유명한 명심보감의 구절을 되새겨본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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