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가끔 “아, 그게 한국말로 뭐지? 단어가 생각이 안 나”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네가 평소에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초등학생 수준인 거다”라고 핀잔을 주곤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나 포르투갈에서나 “휴대전화 그만 보고 책 좀 읽어라” 잔소리를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조차 그걸 실천하지 않으니 ‘누워서 침 뱉기’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데 내 상태는 곡기가 끊어진 지 오래라 몇 번은 굶어 죽고도 남을 판이다.
그렇다면 이곳 사람들은 마음의 양식을 얼마나 채우고 있을까? 포르투갈 출판사 및 서점 협회(APEL)는 지난해 포르투갈 도서 시장 매출이 1억8700만 유로로 전년 대비 7% 성장했다 밝혔다. 1310만 권이 팔렸으며 책을 구입한 국민의 비율은 65%로 3%포인트 늘었고 연령별로는 25~34세가 가장 많았다. 판매된 도서의 34.1%가 아동 및 청소년 부문이며 소설(32.3%)과 논픽션(30.2%)이 그 뒤를 이었다. 포르투갈인 10명 중 7명(73%)이 지난해 책을 읽었고 독서량은 평균 5.6권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에 대해 APEL은 “국민들의 독서 습관에 진전이 있다.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새로운 세계와 아이디어의 문을 열고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편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이 2022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 회원국의 독서습관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75.2%)이며 덴마크, 에스토니아 순이었다. 또 10권 이상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아일랜드(25.9%), 핀란드, 스웨덴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때마침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 씨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앞서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를 배출한 포르투갈은 이 상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듯하다. 재작년 주제 사라마구 탄생 100주년 기념 도서전을 열었던 서점의 한 코너엔 지금 한국의 소설가 한강의 책이 전시돼 있다.<사진> 그 현장을 보니 한국인으로서 괜히 우쭐해진다.
독서의 계절이 왔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글로 더 유명한 명심보감의 구절을 되새겨본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