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중국 추격에 초조한 삼성, 일본 기업 사례 집중 연구”

입력 2024-10-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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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선대회장의 ‘일본 저력 봐야’ 등 과거 발언 회자”
미래사업기획단 중심으로 소니 등 쇠퇴·부활 사례 연구

최근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그룹이 미래사업기획단을 중심으로 일본의 전자산업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고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날 미·중 대립 심화 등의 혼란 속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모색하는 생존 방법을 다루는 기획으로 ‘중국 기업에 추격당하는 한국의 삼성’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신문은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2000년대 ‘일본을 넘어섰다’며 자부하는 경영진에 “왜 일본의 저력을 보지 못하는가. 우리도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재용 회장 직속 미래사업기획단이 일본 기업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삼성 내에서 선대 회장의 과거 발언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으며, 강점이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다시 일본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닛케이는 “미래사업기획단에는 그룹 각 부문의 에이스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에서의 사업을 창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면서 “‘일본 전기산업의 쇠퇴와 부활’이라는 주제로 110여 개에 달하는 기업의 사업을 정리·분석해 삼성그룹이 전개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전자제품 생산·판매를 넘어서 게임과 음악, 영화 등 소프트웨어·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소니그룹과 사업 구조 전환으로 부활에 성공한 히타치제작소 등이 포함됐으며 일본 기업의 부흥을 다룬 문헌도 참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2000년대 위기에 몰렸던 소니와 히타치제작소는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부활에 성공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삼성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성장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어가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닛케이는 삼성이 일본 기업 사례를 연구하는 것에 대해 성장의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은 1969년 삼성전자를 설립하며 전자산업에 진출할 당시 다수의 일본 기업과 협력해 기술을 축적했다. 이후에는 일본 기업들의 연구원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해 생산 기술을 도입해 반도체, TV 등 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추월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의 추격에 회사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위기론 속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돈 3분기 잠정실적을 내놓으면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삼성전자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자산업 강자지만, 10년 넘게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 4개 핵심 분야도 모두 중국 공세에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여기에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어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해외 인수합병(M&A)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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