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ADC 플랫폼 부족한 상황에서 새 돌파구 될 수 있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과 플랫폼을 패키지로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러 후보물질을 묶어 기술을 이전한 적은 있지만, 플랫폼과 함께 계약하는 경우는 생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고형암 ADC 후보물질 ‘LCB97’과 플랫폼 ‘콘주올(ConjuAll)’을 이전했다. 계약에 따라 리가켐바이오는 오노약품으로부터 최대 7억 달러(약 9435억 원) 규모의 선급금, 연구개발 및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을 받는다. 상업화 이후 순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다.
LCB97은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콘주올(ConjuAll)’을 기반으로 발굴하고 개발한 고형암 치료제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종양 마우스 모델에서 항암 효과를 보였다. 콘주올은 링커 기술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인 플랫폼으로 오노약품은 콘주올을 이용한 후보물질 발굴과 개발에 대한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은 별도로 체결했다.
오노약품은 리가켐바이오의 콘주올 플랫폼을 사용해 오노약품이 선택한 복수의 타깃에 대한 ADC 후보물질을 발굴 및 개발할 수 있는 독점권을 확보한다. 이에 따라 타깃 독점에 대한 선지급금 및 연구개발 및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 순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를 별도로 받는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여러 후보물질을 한 번에 기술이전하는 경우는 있었다. 지난해 머크가 다이이찌산쿄의 ADC 3개 지분을 40억 달러(약 5조 원)에 인수했고,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피노바이오의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PINOT-ADC’ 도입하며 최대 15개 타깃에 대해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후보물질과 플랫폼을 함께 이전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 국내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플랫폼에 후보물질까지 다하는 경우는 드물다.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수 있어 플랫폼을 가져가는 것은 완전한 에셋이다. 미국에서는 플랫폼과 후보물질을 가져갈 정도면 인수합병(M&A)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오노약품으로서는 플랫폼 전체를 이전하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리가켐은 플랫폼을 다 이전하기에는 미래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타깃에 제한을 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업계에서도 생소할 것이다. 오노약품은 그들이 보유한 항체를 우리 플랫폼에 적용하고 싶은 것 같다. 다만 오노약품이 우리 플랫폼이 적용할 수 있는 타깃은 제한적”이라며 “패키지로 계약한 이유는 파이프라인 관리가 편하다. 기존에는 파이프라인에 따라 거래 상대방이 달라 관리하기 쉽지 않지만, 묶어서 한 파트너와 하면 더 효율적”이라며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러한 방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ADC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링커와 페이로드를 보유한 기업 대부분은 글로벌 빅파마가 인수합병을 해 ADC 플랫폼 공급이 어려운 상태다. ADC 플랫폼 가치가 커지는 상황에서 패키지딜은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노약품은 다양한 적응증에 진출하기 위해 최소 2개 이상의 페이로드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공개된 총 계약금 최대 7억 달러는 1개의 페이로드를 개발할 경우다. 복수의 페이로드를 개발할 경우 계약금은 증가할 수 있다”며 “항체에서 효능을 확인했지만, 안전성 문제로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하거나 시장 침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리가켐바이오의 플랫폼을 적용해 ADC 개발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