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유력 인사 줄줄이 반박
나경원-이준석 공방전까지
논란 종결 두고 의견 분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관련 인물인 명태균 씨가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범여권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드러내면서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지고 있다. 여권 안팎에선 “하루 걸러 새 싸움”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11일 본지 취재와 명 씨의 언론 인터뷰 등을 종합하면, 지난 총선 당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컷오프(공천 배제)에 김 여사가 개입했는지를 따지던 이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 문제로 번졌다. 이에 명 씨를 누가 먼저 알았고, 소개해줬냐를 두고 대통령실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공방이 벌어졌다.
대통령 부부는 대선 전 2021년 7월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명 씨와 만났다. 대통령실은 8일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 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고 밝히면서 명 씨를 소개해 준 당사자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목됐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021년 6월 28일 김건희 여사가 명 씨의 전화로 내게 전화 해서 ‘남편을 만나달라’고 했다”며 “같은 해 7월 윤 대통령을 만나러 식당에 갔더니 김 여사와 명씨도 있었다”고 했다. 결국, 명 씨를 소개한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도 명 씨와 2021년 7월에 주고받았던 문자 내용을 공개하며 “내가 명 사장을 윤석열 총장에게 소개했다면서 명 사장이 나한테 윤석열 총장에게 사과하라고 하냐”며 “말조심하라”고 반박했다.
명 씨는 또 2022년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과정에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고, 안 의원은 지난달 24일 CBS라디오에 나와 “대선 기간에 그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명 씨는 다음날 페이스북에 안 의원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명 씨는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 당선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소개를 받았지만,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홍준표 대구시장에도 과거 여론조사를 도와줬다고 주장했고, 홍 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나는) 문제 인물로 보고 애초부터 접근을 차단했던 인물”이라며 “검찰은 성역 없이 나온 의혹들 모두 수사하라”고 발끈했다. 이에 명 씨는 곧바로 페이스북에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하면 저보다 홍 시장이 더 위험해질 수 있어요?”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다 명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원희룡 당시 후보를 만났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또 반전됐다. 명 씨는 나 의원이 ‘나를 두 번 죽이신 분’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당시 오세훈·이준석 후보 당선에 자신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나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명태균, 그의 말대로 2021년 오세훈 후보와의 서울시장 경선, 2021년 이준석 후보와의 전당대회는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한 심경을 밝히며 명 씨의 여론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부정선거론자가 되는 초기증세”라고 하며 반박에 나섰고, 이후에도 두 사람은 페이스북을 통해 설전을 벌였다.
이처럼 명 씨의 폭로가 연일 논란을 낳자 국민의힘에서는 “이대로 두다간 모두가 공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명 씨 폭로전은 이제부터 시작으로 보인다”며 “연관된 인사들이 많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명 씨의 거듭되는 폭로에 조만간 논란이 잠재워질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MBC 라디오에서 “용산 대통령실 입장에서 명 씨가 계속 떠드는 걸 지켜보겠나”라면서 “구속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범죄자가 특정되면 관련 인물을 조사해 공범까지 처벌하지만, 정치는 반대로 거미줄처럼 엮일수록 처벌하기 힘들어진다”며 “여권에선 빠르게 사태를 종결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