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월드는 올해 1월 출시 이후에 포켓몬을 닮은 캐릭터 팰이 총을 들고 전투하는 장면 때문에 ‘총켓몬’이라는 별명으로 국내 게이머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국내 기업인 크래프톤이 팰월드의 모바일 버전 프로젝트 진행을 추진 중이었기 때문에 닌텐도의 소 제기가 국내에서도 게이머들과 업계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닌텐도가 저작권이 아닌 특허권 침해를 주장했기 때문에, 당초 논란이 되었던 포켓몬과 팰과의 외형적 유사성보다는 게임 메커니즘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이지만, 닌텐도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비디오게임과 관련하여서는 그동안 저작권 침해가 주로 문제되어 왔다. 창작물의 아이디어와 표현 중에서 저작권은 ‘표현’을, 특허는 ‘아이디어’를 보호 대상으로 한다. 비디오게임의 캐릭터나 배경화면은 미술저작물에, 배경음악은 음악저작물에 해당하지만, 게임의 시나리오, 게임 규칙 자체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게임 규칙은 게임의 전개방식을 정하는 도구로 아이디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매치-3 게임(똑같은 블록 3개를 맞추어 없애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퍼즐게임)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1심과 2심에서는 게임 규칙이 아이디어에 해당한다고 보아 저작권의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반면, 대법원에서는 이와 달리 게임저작물은 게임의 시나리오와 게임 규칙에 따라 반응하는 캐릭터, 아이템, 배경화면과 이를 기술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컴퓨터프로그램 및 이를 통해 구현된 영상, 배경음악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적 성격의 저작물이라고 판단하였다.
저작권은 특허와 달리 행정기관에 의한 심사, 등록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저작자가 저작물을 완성함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하고, 타인의 저작물을 모방하지 않았다면 권리의 양립도 가능한 것이 저작권의 특징이다.
따라서, 타인의 침해를 다투는 권리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창작물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야 하는 저작권보다는 심사를 통해 이미 등록된 권리로 인정받은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닌텐도 역시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는 게임과 관련하여 컨트롤러, 터치스크린, 캐릭터 그림자, 포켓볼을 던지는 조준 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소송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결과가 주목된다.
홍혜종 메이커스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