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가볍게 마음을 돌보는 세 줄 일기

입력 2024-09-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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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제목: 새 남편은 안 긁어서 고마웠다. (첫째 줄) 세일만 하면 아내가 카드를 긁는다. (둘째 줄) 집을 백화점으로 만들 심산인가 보다. (셋째 줄) 그래도 새 남편은 안 긁어서 고마웠다.

제목: 팀장은 외롭다. (첫째 줄) 우리 팀 막내 직원은 나만 보면 안절부절 못하는데, 오늘은 유독 심해 보였다. (둘째 줄) 편하게 풀어주려고 농담을 건냈더니, 막내 직원 눈빛이 더욱 흔들렸다. (셋째 줄) 확실히, 팀장은 외롭다.

제목: 심장으로 탄다. (첫째 줄)‘지나갈게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누가 획 앞질러간다. (둘째 줄) ‘흥, 지나가시든지!’ 입을 삐죽대다가 깜짝 놀랐다. 저분, 한쪽 다리가 없다. (셋째 줄) 역시, 자전거는 다리가 아니라 심장으로 탄다.

일본 시 문학 양식 중에 하이쿠(俳句)가 있다. 하이쿠는 단 세 줄만 사용해서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 그런데 하이쿠는 시라서 아무나 쉽게 쓰지 못하지만, 산문인 일기에 적용해서 간결하게 쓰면 어떨까. 이렇게 세 줄 일기가 개발되었다.

일단, 첫 줄에는 ‘누가 무엇을 했다’라고 쓴다. 긴 이야기를 간단하게 소개하려면 뼈대만 발라내야 한다. 이야기를 요약하는 육하원칙 중에서 가장 중요한 ‘누가’, ‘무엇을’을 적는다. 이때 자연스럽게 시간이나 장소를 쓸 수도 있겠다. (단, 간결하게 써서 늘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두 번째 줄에는 내용을 조금 더 상세하게 소개한다. 첫 줄에 쓴 ‘누가 무엇을 했다’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어떤 배경이 숨어 있는지 적는다. 그리고 세 번째 줄에서는 두 번째 줄까지 소개한 이야기를 두고 내가 품은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적는다.

일기는 하루를 정리하는 도구다. 일기를 쓰면 하루 동안 생활하면서 품은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인상적인 한 가지 사건에 집중할 수 있으니,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내일 또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는다.

글쓰기 기술은 배우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은 뭔가를 쓰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쓰는 분량을 줄여서 부담을 확 줄이는 방법. 가볍게, 딱 세 줄로 일기를 쓰며 내 마음을 표현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언젠가 조금 더 길게도 쓸 수 있으리라.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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