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NH농협은행 WM사업부장 “좋은 기회는 어려움 피하지 않아야 온다” [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⑬]

입력 2024-09-09 05:00 수정 2024-09-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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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9-0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선배들 지원 발판 삼아 입사 8년 만 여신 맡아
유리천장ㆍ바뀐 전공에 어려움 부닥쳤지만
'전문성 넓히는 계기'로 보고 최선 다해 성과
“여성, 공감능력에 전문성 키우면 기회 온다”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1990년대 은행권은 유리천장이 높고 두꺼웠다. 호칭부터 달랐다. 같은 ‘계장’이어도 여성은 ‘O양’이라 부르고 남성은 이름 뒤에 직함을 붙여 부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여신·외환·총무 등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업무 기회는 남성 직원들에게 먼저 갔고, ‘대졸 남성 직원’이 전부 본사로 이동해 지점에 없을 때에서야 비로소 업무 기회가 여성 직원들에게 오곤 했다. 평상시 여성 직원에게는 다른 남성 직원을 보좌하는 일이 주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박현주 NH농협은행 자산관리(WM) 사업부장은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선배들의 든든한 지원 아래 실력을 쌓으며 도전했다. 1988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박 부장은 입사 8년 만인 1996년 여신·외환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규정집과 업무방법서를 펴두고 원칙부터 알려준 선배, 민원 고객에게 친절히 응대하는 법을 알려준 선배 등 지점 근무 때 만난 선배들의 가르침을 자양분으로 삼아 노력한 결과였다.

이후 2005년 본사 투자금융부·여신관리부 차장과 2012년 양재대기업RM센터 팀장을 거치며 기업여신 업무 전문성을 쌓았다. 2013년 부천시지부 부지점장직에 올라 총무·기획, 기업여신, 수신을 총괄했다. 이후 2016년 본사로 돌아와 퇴직연금부 지원·마케팅 팀장을 맡으며 전문성을 퇴직연금과 자산관리까지 확장했다. 이를 발판 삼아 올해 1월 WM사업부의 부서장직에 올랐다.

남초 조직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

▲박현주 NH농협은행 WM사업부장이 4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박현주 NH농협은행 WM사업부장이 4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박 부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어떤 업무도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어려워하는 일을 솔선수범해야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조언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박 부장은 30여 년간 은행에서 근무하며 “무엇이든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2005년 처음 본사 근무를 시작했을 당시 조직은 한 부서 내 여성이 전체 80명 중 1~2명에 그칠 정도로 남초 성향이 여전히 강했다. 그가 2012년 대기업RM센터에서 근무하다 몇 번의 승진 및 지점 근무 등을 거쳐 2022년 다시 본사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원래 전문성을 갖고 있었던 여신 부문이 아닌, 수신 부문의 퇴직연금과 WM사업을 맡게 된 것은 큰 도전이었다.

‘여·수신 분야에서 모두 전문성을 겸비한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박 부장. 그는 “연차가 낮을 때부터 개인 여신업무를 하던 경험은 거액 기업여신 추진과 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소통 등에 도움이 많이 됐다”며 “지금은 수신 부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퇴직연금과 WM사업을 맡게 되면서 또 하나의 전공을 갖게 됐다”고 부연했다.

포기하지 않고 고난을 이겨낸 경험은 성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퇴직연금부장 당시 이뤄낸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실적이다. 농협은행은 규약변경률 98.4%, 상품지정률 77.8%로 퇴직연금 사업자 중 디폴트옵션 도입률 1위를 달성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퇴직연금 업무를 맡는 직원 수가 세자릿수였던 다른 은행에 비해 농협은행은 43명으로 극히 적었다. 제도 시행에 따른 전산개발부터 업무방법 마련, 상품 제작 등으로 업무 과중과 불만 제기 등이 우려될 수밖에 없었다. 박 부장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승진할 때 가점이 되는 ‘표창’을 디폴트옵션 사업 1개당 80개씩 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결정했다. 퇴직연금부 직원 대상 제주도 연수도 추진했다. 그는 “조직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영업점 직원들이 열심히, 잘 따라와 줘서 디폴트옵션 도입률 1등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WM사업 경쟁력↑…‘투자자문 선도은행’ 목표

▲박현주 NH농협은행 WM사업부장은 4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WM사업부에서는 올해 투자자문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지속적인 자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박현주 NH농협은행 WM사업부장은 4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WM사업부에서는 올해 투자자문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지속적인 자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현재 박 부장이 이끄는 WM사업부는 ‘NH올백(All100)자문센터’를 통해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는 금융투자자문업 도입을 준비 중이다. 투자자문업은 은행이 고객과 계약을 맺고 일정 수익률을 목표로 자산운용에 대해 자문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의 업무를 뜻한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이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시중은행들이 투자자문업 등록 신청, 서비스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6월까지 투자자문업 전략과 사업모델 수립을 위한 컨설팅을 마쳤다. 연내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내년 비대면 자산관리 채널을 구축한 뒤 2025년부터 투자자문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 농협은행의 주요 고객이라 할 수 있는 50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 청년 고객까지 확보해 더욱 심화한 ‘맞춤형ㆍ장기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 부장은 “한 개의 상품만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연령대 등에 맞게 필요한 상품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서비스를 달리하는 등 장기적인 자산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청약저축을 시작하는 어릴 때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ISA) 계좌 개설이 필요한 청년, 그리고 은퇴를 설계할 때까지 모든 준비가 차곡차곡 이뤄질 수 있도록 고객의 동반자가 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M사업부는 농협은행의 자산관리 채널의 차별화에도 힘쓰고 있다. NH올백자문센터의 경상권역 센터를 도입해 경상권의 WM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또, WM특화점포도 대형점포 중심으로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공감·소통능력 + 전문성’을 길러라

▲박현주 NH농협은행 WM사업부장이 4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박현주 NH농협은행 WM사업부장이 4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박 부장은 여성의 공감·소통능력이 금융 분야 업무를 하는 데 있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은 고객의 마음을 세심히 알아차려 주고 고민도 들어 줘야 해 공감과 소통 능력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상대적으로 여성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박 부장은 이런 강점을 기반으로 전문성을 쌓으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 농협은행에서 여성 직원의 약진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그가 2010년 여신관리부 차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부서 내 2~3개 팀에 여성 직원이 한 명씩 있었던 시기, 부장이 “여성 직원을 팀에 한 명씩 두니 일도 잘하고 분위기도 좋다”며 “나중에는 한 팀에 한 명 정도씩 배치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반대로 모든 팀의 팀원이 여성이고 남성을 한 명씩 배치하는 건 어떤가요”라고 패기 넘치게 질문했고 당시 부장은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과거 상사의 말이 현실이 됐다는 박 부장은 “몇 년 전부터 부서 내 여성 직원 수가 더 많아지는 등 변화가 보여 격세지감이 느껴진다”며 “전문성을 우선시해 직원을 평가하는 회사의 원칙에 따라 많은 여성 직원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곧 농협은행 내 여성 임원 수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어려움을 피하지 말 것”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가 내놓은 답이다. 박 부장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피하지 말고 도전해 달라”며 “새로운 업무에 고민을 많이 하고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여러 선택지 중 한 가지 길을 결정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그 길로 뚜벅뚜벅 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NH농협은행 WM사업부장이 4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박현주 NH농협은행 WM사업부장이 4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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