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는 큰 틀에서 물리적 학대와 비물리적 학대로 구분할 수 있다.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는 물리적 학대, 정서적 학대와 방임은 비물리적 학대에 해당한다.
물리적 학대와 비물리적 학대는 학대 방식뿐 아니라 배경도 다르다.
신체·성적 학대는 피해 아동의 손상·사망이나 발달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학대 행위자가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다른 표현으로는 미필적 고의다. 행위자가 누구든 처벌이 필요하다. 행위자가 부모라면 피해 아동과 분리해 재학대를 막아야 한다. 다만, 부모에 의한 가정 내 학대, 특히 의사 표현이 서툰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대는 발견이 어렵다. 아동과 접촉 빈도가 높은 보육교사, 의료인 등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아동학대 예방대책을 만든다면 방식은 명확하다. 학대 행위자 처벌과 신고자 보호를 강화하면 된다.
반면, 정서적 학대와 방임은 학대 인지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정서적 학대는 가장 빈번한 아동학대 유형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5739건 중 1만1094건이 정서적 학대였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원망적·거부적·적대적·경멸적 언어폭력(폭언·욕설 등), 잠을 재우지 않는 행위,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다른 아동과 비교·차별·편애, 따돌림 또는 따돌림 조장,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 아동을 버리겠다고 위협하거나 쫓아내는 행위,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에 아동을 데려가는 행위, 아동을 감금·약취·유인에 이용하는 행위, 노동착취, 다른 아동을 학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정서적 학대는 의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대개 특정 행동을 유도하거나 교정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다. 또는 자녀에 대한 무관심, ‘이 정도는 괜찮겠지’ 같은 학대 불감증에 기인한다.
방임도 마찬가지로 학대 의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위생 관념이 없어 자녀를 자주 씻기지 않거나, 지식이 부족해 자녀에게 영양이 분균형한 식사를 제공하거나, 별일 아니라고 단정하고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체로 부모의 제한적인 경험·지식, 보편적이지 않은 가정 문화에 기인한다. 방임은 부모들의 교육·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추세적으로 줄고 있지만, 그 속도가 더디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방임은 1979건이었다.
이런 비물리적 학대는 신고와 처벌로 줄이기 어렵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신고된 4만8522건 중 학대 판단은 2만5793건(53.0%)이다. 나머지 2만2783건은 학대 여부가 불분명한 사례로 대부분 정서적 학대나 방임이다. 사회적으로는 원한관계나 잘못된 권리의식에 기인한 신고가 논란거리지만, 실제로는 ‘학대가 충분히 의심되나 학대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다. 이런 사례로 신고가 늘면 무혐의와 무죄도 는다. 무혐의와 무죄 결정은 부모에게 ‘잘못된 양육방식을 고치지 않을’ 이유가 된다. 신고와 사법절차가 오히려 학대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비물리적 학대의 행위자가 대부분 부모라는 점에서 비물리적 학대 예방은 부모 교육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조건으로 아동수당·부모급여·양육수당 등 복지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 교육을 받으라고 하면 수용성이 떨어질 것이다. 그보단 예비 부모들을 교육해 앞으로 태어날 아동들을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게 현실적이다. 목적은 경험·지식 부족 등에 기인한 비물리적 학대를 줄이는 것이지만, 교육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태도가 변하면 물리적 학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