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이복현 정조준에 하루 만에 움직인 은행권…혼돈의 대출 정책

입력 2024-08-26 17:52 수정 2024-08-2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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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주담대 줄이기 '총력'…가을 이사철 등 불안 요인 여전
정부, 가계대출 관리 안될 경우 추가 대책도…은행권 부담 가중될 듯

지난 한 달간 20여 차례 이상 가계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던 은행권이 결국 주택담보·신용대출 만기와 한도 제한 조치에 나선 것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한 시장 개입 시사와 경고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한 대출금리 인상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국이 바란 모습이 아니다’라는 이 원장의 발언과 앞으로 금리 인상을 통한 가계대출 관리는 사실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총량 관리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내놓은 것이다.

실제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집값 상승과 부동산 거래 증가와 맞물린 대출 수요 폭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데다 이자 장사한다는 부정적 여론과 차주들의 이자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동산·금융 정책 간 엇박자로 가계부채 폭증을 불러왔다는 ‘정책 실기론’에도 당국이 은행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이 받을 피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9일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기로 발표했다. 핵심은 주담대 대출 만기와 한도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우선 수도권 소재 주담대 최장대출기간을 30년으로 축소한다. 현재 주담대 대출기간은 만 34세이하의 경우 최장 50년, 그 외에는 40년이다.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도 물건별 1억 원으로 제한된다. 지금까지 생활안정자금 주담대에는 한도가 없었다.

현재 신규 주택 구입 대출시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대출시 3년 이내로 운영 중인 주담대 거치기간도 당분간 없애기로 했다. 거치 기간은 대출 이후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납부하는 기간을 의미하는데, 통상 주담대는 1년 정도 거치 기간을 둔다. 또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 MCG) 적용도 중단한다.

같은 날 우리은행도 다음달 2일부터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기존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추가 대책안을 내놨다. 이들 은행은 신용대출인 마이너스통장 한도까지 대폭 줄였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중단에 들어갔으며 플러스모기지론 판매도 올스톱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을 경우 은행에 대한 ‘강력한 개입’까지 언급한 이 원장의 발언에 대출 만기와 한도까지 건드리며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11개 이사은행 가운데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씨티·전북은행의 행장 또는 부행장(대참)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8월 이사회를 겸한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은 9월 시행 예정인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은행권 내부 관리 목적 DSR 산출 등의 정책 방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다음달 스트레스 DSR 2단계까지 시행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있는 데다 ‘주거안정을 위한 양질의 주택공급’이라는 목표 아래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자금 수요를 고려해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두 달 미뤄 막차 수요를 부추겼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공급은 가계부채 증가의 촉발제 역할을 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관리라는 상반된 목표를 관리해야 하는 정부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정책을 정돈해야 할 필요는 있었다”면서 “언제까지 시장에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 입맞에 맞춰 금리를 올렸더니 제 욕심만 채운 몰염치한 은행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면서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은행의 고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당장 이번에 내놓은 대책으로 서민들의 대출 구멍이 더 좁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내놓은 대책만으로 주담대 예비차주의 대출 한도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국민은행은 수도권 주담대 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기로 했는데 이 경우 연소득 5000만 원 대출자의 한도(대출금리 연 3.85% 가정)는 4억 원에서 3억 500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MCI 제한의 경우 5000만 원이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지표가 나아지지 않을 경우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DSR 규제 적용의 범위 확대와 함께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자본건전성 규제는 은행의 가계대출 취급에 따른 자본 적립 부담 등이 높아질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지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도 논의 끝에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도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시급한 만큼 추가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린다”면서 “현재로서는 효과를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좀 더 강한 대책이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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