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장을 꿈꾸는 시대, 10년 후 내 집 마련은 너무 멀다 [노트북 너머]

입력 2024-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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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최종 꿈은 재건축조합 조합장이에요, 기자님."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살려 조합장이 되고, 성과급과 자가 마련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고 제법 진지하게 강조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온 이야기라지만, 그와 또래인 기자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올해 여름, 서울 서초구 모 아파트 재건축조합 조합장의 성공 보수가 58억 원으로 확정되면서 업계가 한 차례 떠들썩하던 시기였다. 58억 원은 웬만한 대기업 총수 연봉이 부럽지 않은 금액이다.

올해 주택시장은 지난해와 판이하다. 일시적 상승에 그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추세적 상승 전환이 이뤄지면서 거침없이 전고점을 돌파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2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선 '국민 평형(전용면적 84㎡)' 매매가가 50억 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선 3년 전 불장을 연상케 하는 과열장 초입이란 말까지 나온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느라 8·8 공급 대책에 더해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집값이 또다시 폭주할까 불안해하는 실수요자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최근 그린벨트 해제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것은 길게는 10년 정도 걸리는 장기 사업"이라며 "기다리면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때문에 너무 서둘러서 주택 공급에 목 말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이란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10년 후 내 집 마련을 바라보며 살지 않는다. 기실 청년이든 중장년이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믿고 매수 계획을 짜진 않을 것이다.

청년의 꿈이 재건축 조합장이란 말을 웃어넘길 수 없는 시대,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필요한 것은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믿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공급 묘수'는 아직도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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