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내 배우자는 외계인

입력 2024-08-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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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프로골퍼야? 하루 몇 시간씩 골프 채널만 붙잡고 있어?” “당신이 무슨 유투버라도 돼? 잠시 외식하는데 한 시간씩 화장을 해?”

치료 중인 부부의 대화가 다시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이 판단하실 때 누가 비정상인 거 같아요?” 그들은 ‘솔로몬의 명판결’이 내려졌으면 하는 눈치다. “두 분이 사시는 행성에선 각각 그게 옳은 거지요.” “……?” “남편은 화성인,부인은 금성인인데 화성인은 운동광, 금성인은 아름다움을 중시한다고 들었어요. 어느 행성 사람의 가치관이 옳은 걸까요?” “……!” 두 부부는 동의의 미소를 보내며 그 회기를 끝내었다.

이것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의 부부치료 방식이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결혼 초에 나 자신의 잣대로 갈등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아니, 속이 안 좋다고 밥을 버리다니?’

쌀 한알 한알은 농부의 피와 땀으로 이룬 것이니 한 톨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을 받고 자랐던 내게, 그건 거의 종교의 계명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정신과 수련받을 때, 교육받은 대로 다시 이성을 가다듬었다.

‘이건 우리 행성의 가치관이야. 집사람 행성은 쌀이 남아돌아서 빨리 소비해 주는 것이 농민의 쌀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는 거겠지.’ ‘사실 명제’와 달리 ‘가치 명제’에는 절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맹신하고, 서로 간에 전쟁도 불사하며, 극도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특히, SNS의 발달로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집단의 단합과 배타성이 더 심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존 그레이의 치료법은 부부치료뿐만 아니라, 종교, 사상으로 대립해 왔던 인류에게 어느 정도 해결책이 되리라 본다. 진료를 끝낸 후, 평소 존경하던 비트겐슈타인의 경구를 되새겨 본다.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하라.-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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