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칼럼] 올림픽 메달 늘리는 네 가지 비결

입력 2024-08-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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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개최국·스타 육성·인구’ 非현실적
GDP 늘면 메달·삶의 질 일거양득
정쟁에 눈먼 정치권, 정신 차리길

잔치가 끝났고, 추수 후 이삭을 줍는 낙수(落穗)의 시간이 됐다. 2024 파리올림픽에 나선 한국 선수단은 어제 폐막에 앞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추가했다. 금메달 순위는 8위, 전체 메달은 32개다. ‘15위 이내 진입’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대단한 성과다. 한편으론 아쉬움도 남는다. 더 높이 날 순 없었나. 욕심 사나운 상념이 끊기지 않는다. 그래서 말이지만, 올림픽 메달을 늘릴 비결이 없진 않다. 적어도 4가지다. 뒤풀이 삼아 한 번 살펴보자.

첫째는 올림픽 개최다. 즉효를 낸다. 프랑스가 좋은 예다. 금메달 16개를 포함, 총 64개 메달을 수확해 종합순위 5위에 올랐다. 나폴레옹의 후예이니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2021년 치러진 도쿄 올림픽에서 프랑스가 얻은 메달은 금 10개 포함, 총 33개였다. 앞서 2016 리우, 2012 런던의 금메달은 10개, 11개였다. 3개 올림픽의 종합순위는 7~8위였다. 프랑스 역량은 이 정도가 한계라고 봐야 한다.

프랑스는 이번에 5~6개 금메달을 더 얻고, 종합순위를 2~3계단 올렸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프랑스만 볼 일도 아니다. 우리도 88올림픽에서 메달 33개(금 12개)를 수확하면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다른 개최국도 대동소이하다. 하나같이 거인의 힘을 냈다. 올림픽 개최국의 고양이는 작은 애완동물이 아니다. 호랑이나 사자다. 이 이치를 모르고선 메달 방정식을 풀 수 없다.

둘째는 옛 소련이나 옛 동유럽의 계획경제 시스템을 본뜨는 방법이다. 계획경제의 핵심은 희소 자원의 인위적 배분이다. 이를 통해 엘리트 스포츠가 전략적으로 육성됐고, ‘체조 요정’ 코마네치 같은 불세출의 스타가 쏟아져 나왔다. 그 시스템을 큰 무리 없이 재현할 수 있다면 올림픽 대국을 일구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것이다.

두 방법을 공표한 주역은 미국의 두 경제학자다. 버클리대 매건 버시와 다트머스대 앤드루 버너드는 20년 전 미국 학술지 ‘경제학 및 통계학 리뷰’에 올림픽 메달 수의 결정 요인을 분석한 연구 발표를 하면서 이를 공개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비현실적이어서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올림픽 개최는 막대한 세금 부담을 초래하는 전시성 사업이다. 시민사회 동의를 구한다? 쉽지 않다. 선진국일수록 그렇고, 이젠 우리도 마찬가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제 페이스북을 통해 2036 서울올림픽 유치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두고 볼 일이다. 계획경제는 더 고약하다. 온 나라를 전체주의 함정에 빠뜨리는 도박을 누가 용인하겠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헌법적 원리로 삼는 우리나라에선 운도 떼기 어렵다.

셋째를 보자. 인구다. 인구가 늘면 올림픽 메달로 돌아오게 된다. 철칙이다. 하지만 저출생 딜레마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한국 사회에서 인구를 통한 메달 획득을 얘기하는 것은 허망한 감마저 없지 않다.

버시와 버너드가 내민 최종적 답안은 따로 있다. 국내총생산(GDP)이다. 4가지 비결의 마지막 카드이자 한국도 도전할 수 있는, 또 도전해야 하는 현실적 방법이기도 하다. 두 학자는 한 국가가 세계적 선수를 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는 그 나라의 GDP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국가별 성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변수는 1인당 GDP”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물론 GDP나 1인당 GDP가 절대 반지와 같은 지표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측면에서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두 학자에 따르면 심지어 올림픽 메달밭도 기름지게 일굴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선 GDP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그런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를 눈앞에 두고도 우리 정치권처럼 포퓰리즘과 정쟁의 늪에 빠져 딴전만 부리면 어찌 될까. 이솝 우화의 새끼 두더지가 될지도 모른다.

이솝 우화라면 ‘여우와 신포도’만 알고 새끼 두더지는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알고 넘어가자. 우화에서 새끼 두더지는 “엄마, 저는 눈으로 뭐든 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새끼가 못 미더운 엄마는 유향 덩어리를 가져다 놓고 뭔지 맞혀 보라고 했다. 새끼가 답했다. “돌멩이”라고. 엄마는 깜짝 놀라 말했다. “어머나, 얘야! 넌 볼 수 없을뿐더러 냄새도 못 맡는구나!”라고…. trala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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