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신화…무패 우승과 이스탄불의 기적 [당신이 몰랐던 PL③]

입력 2024-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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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가 1992년 출범했다. 프리미어리그는 32년간 잉글랜드 최상위 축구 리그로 군림하며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출범 당시 주로 영국인과 아일랜드인으로 구성됐던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약 70여 국적의 선수들이 뛰는 범세계적인 리그로 발돋움했다. 이제부터 치열했던 프리미어리그 역사 한 켠에 득점왕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소개한다. 또한 그해 리그 우승팀과 눈여겨볼 만한 이야깃거리를 짚어본다.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03-2004 무패 우승으로 리그를 정복한 벵거의 ‘무적 군단’

티에리 앙리가 30골을 터뜨리며 지난 시즌 1골차 득점왕 실패의 아쉬움을 달랬다. 2위인 앨런 시어러와 격차는 무려 8골이다. 공동 3위인 루이 사하와 뤼트 판니스텔로이와는 10골 차를 벌리며 압도적인 한 해를 보냈다. 뛰어난 골 결정력을 바탕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앙리는 올해의 선수상에 이어 2003년 발롱도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수상자는 유벤투스 FC의 중흥을 이끈 파벨 네드베드다.

상위 득점 순위에 대한민국 축구 팬들에게 친숙한 이름과 생소한 선수 한 명이 랭크됐다. 바로 핀란드 공격수 미카엘 포셀과 나이지리아 공격수 야쿠부 아이예그베니다. 포셀은 17골, 야쿠부는 16골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 5, 6위를 차지했다.

포셀은 핀란드 리그인 베이카우스리가 HJK 헬싱키에서 데뷔, 1998-1999시즌 첼시 FC에 입단하며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다. 크리스털 팰리스와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를 임대로 거쳐 간 포셀은 2003년 새 시즌을 앞두고 또다시 버밍햄 시티로 임대 이적한다. 포셀은 버밍햄 임대 직후 32경기에서 17골을 뽑아내며 맹활약했지만, 이후 별다른 활약 없이 2008년 하노버 96으로 이적한다.

야쿠부는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32강 B조 최종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문전 앞에서 골대 옆으로 슈팅을 날리며 일명 '네가 가라 16강 슈팅'을 선보인 공격수로 축구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당시 16강 진출 기로에 놓인 나이지리아는 한국을 상대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1무 2패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아스널은 리그 세 번째 우승이자 현재까지 유일무이한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벵거 감독과 그의 선수들은 시즌을 26승 12무로 마무리하며 1888-1889시즌 풋볼 리그 디비전1 첫 번째 시즌 프레스턴 노스 엔드(22경기 18승 4무)에 이은 역대 두 번째 무패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당시 아스널은 2위 첼시 FC를 승점 11점 차로 따돌리는 등 압도적인 무위를 보여줌으로써 '무적'(The Invincibles)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편,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이끄는 첼시에 변화가 생겼다. 러시아 억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한 것.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인수 이후 조 콜, 에르난 크레스포, 클라우드 마켈렐레 등 이름 있는 선수들과 유망주들을 끌어모으며 팀을 리그 2위로 견인, 프리미어리그 왕좌 탈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뛴 첫 시즌이기도 하다.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이적한 호날두는 2003년 8월 16일 볼턴 원더러스를 상대로 29분 출전하며 데뷔를 신고했다. 교체 출전과 풀타임 출전에 나선 호날두는 11월 포츠머스전 리그 데뷔골과 도움을 동시에 올리며 대형 유망주의 탄생을 알렸다.

2004-2005 ‘스페셜 원’과 푸른 사자 군단, 그리고 ‘이스탄불의 기적’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앙리가 2연속 득점왕에 성공했다. 25골을 기록한 앙리는 다시 한번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며 통산 세 번째 득점왕에 오른다. 직전 시즌 2부 리그에서 득점왕을 올리며 팀을 승격시킨 앤드루 존슨은 리그에서만 21골을 퍼부으며 득점 랭킹 2위를 차지했다.

에버턴 FC 신성 웨인 루니는 3700만 파운드에 맨유로 이적,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가진 10대로 등극했다. 루니는 맨유 유니폼을 입은 첫 해 43경기에서 17골 5도움을 올렸다. 아스널은 노팅엄 포레스트의 42경기 무패 기록을 경신했지만, 올드 트래포트에서 맨유를 상대로 한 49번째 경기에서 기록을 마감했다. 맨유는 2004년 10월 24일 10라운드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후반 28분 판니스텔루이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후반 90분 루니의 골로 2-0 승리했다.

2004-2005시즌은 첼시 FC와 리버풀 FC로 양분된다. 2003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부임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첼시는 FC 포르투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시킨 조제 모리뉴 감독을 선임, 리그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는다. 리버풀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강호 AC 밀란을 상대로 3골을 뒤집고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는, 이른바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으켰다.

▲주제 모리뉴. (로이터/연합뉴스)
▲주제 모리뉴. (로이터/연합뉴스)

모리뉴는 부임 첫 해 자신만의 전술 철학을 바탕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자신을 '스페셜 원'이라고 선언한 모리뉴는 데뷔 시즌 첼시를 이끌고 프리미어리그 최다승(29승)과 최다 클린시트(24경기), 최소 실점(15실점)으로 마무리한다. 올해의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 파란을 일으킨 모리뉴의 몫이었다.

첼시는 페트르 체흐, 아르연 로번, 히카르도 카르발류, 디디에 드로그바를 연달아 영입했다. 카르발류는 존 테리와 함께 수비의 핵심 라인 역할을 맡았고, 드로그바는 팀 최전방을 이끌 원톱 스트라이커 역할을 도맡았다. 프랭크 램퍼드를 비롯한 첼시 선수들은 매서운 경기력을 바탕으로 리그를 지배했고, 골키퍼 체흐는 피터 슈마이켈의 694분 무실점 기록을 깨는데 성공하며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이 승점 1점 차로 강등권 대탈출에 성공했다. 사우샘프턴과 함께 강등권에 위치한 웨스트 브롬과 노리치 시티, 크리스털 팰리스는 시즌 막판까지 강등 탈출 경쟁을 벌였다. 노리치는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 풀럼 FC에 6-0으로 패했고, 사우샘프턴은 홈에서 맨유에 2-1로 패하며 강등이 확정됐다. 팰리스는 찰튼 애슬레틱과 2-2로 비기며 승점 1점만을 챙겼고, 웨스트 브롬은 포츠머스를 상대로 2골을 넣으며 승리했다. 이로써 웨스트 브롬은 크리스마스때 최하위를 기록하고도 강등당하지 않은 첫 번째 클럽으로 기록됐다.

▲스티븐 제라드. (출처=UEFA 홈페이지 캡처)
▲스티븐 제라드. (출처=UEFA 홈페이지 캡처)

리버풀은 머지사이드 라이벌인 에버턴에 승점 3점 차로 리그 4위 자리를 뺏기며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2003-200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 레버쿠젠과 유벤투스, 첼시를 꺾고 결승전에 올라갔다. 그리고 '지구 최강팀'으로 불리며 당대 최고의 전력을 꾸린 AC 밀란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쳤다.

상대 전력에서 밀린 리버풀은 말디니와 크레스포에게 골을 헌납하며 전반전을 3-0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후반전 6분 사이에 3골을 밀어 넣으며 동점을 만드는 '기적'을 행사했다. 결국 리버풀은 승부차기 혈투 끝 승리하며 21년 만에 '빅 이어'를 손에 넣었다. 이로써 UEFA 챔피언스리그 통산 5회 우승을 달성한 리버풀은 빅 이어 영구 소장 권리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 AFC 아약스, 바이에른 뮌헨, 밀란의 뒤를 이어 UEFA 배지 오브 오너의 자격을 갖추게 됐다.

2005-2006 첼시 왕조의 시작과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데뷔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또다시 앙리다. 앙리가 27골을 터뜨리며 3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시어러의 1995년~1997년에 이은 두 번째 3연속 득점왕이다. 앙리는 이번 수상으로 역대 최다 득점왕(통산 4회) 기록을 품에 안으며 수많은 전설을 넘어섰다. 판니스텔로이가 21골, 대런 벤트가 18골로 뒤를 이었다. 특히 프랭크 램퍼드가 미드필더임에도 16골을 기록, 미들라이커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첼시 간판 스트라이커 드로그바가 11도움을 올리며 도움왕을 차지했다. 드로그바는 앙리 카마라와 함께 리그에서 12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10위에 자리했다. 드로그바는 아스널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의 10도움, 풀럼의 보아 모르트와 맨유 루니의 9도움을 제치고 도움 1위에 올랐다.

2005-2006시즌을 앞두고 맨유의 전성기를 이끈 선수들이 속속 팀에 합류했다. 맨유는 에드윈 판데르 사르와 박지성을 여름 이적시장 때 영입했고, 1월에 네마냐 비디치와 파트리스 에브라를 데려왔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맨유로 이적한 박지성은 데뷔 시즌 8도움을 기록하며 공동 5위를 달성했다. 리버풀은 장신 공격수 피터 크라우치를 영입했고,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발롱도르 수상자 마이클 오언을 영입했다.

프리미어리그 레전드 공격수 시어러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시어러는 뉴캐슬에서만 395경기에 출전해 206골을 기록하며 클럽 통산 최다 득점자 기록을 세웠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첫 3연속 득점왕이자 통산 260득점을 올리며 최다 득점자 기록도 올렸다. 시어러의 은퇴 후 뉴캐슬은 2008-2009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되는데, 그의 영향력은 어떤 선수로도 대체할 수 없음이 증명된 셈이다.

위건 애슬레틱과 찰턴 애슬레틱은 시즌 초반 반란을 주도했다. 위건은 시즌 초 9경기 무패 행진을 벌이며 리그 2위까지 상승했고, 찰턴은 5연승을 질주하며 2위~3위를 오갔다. 찰턴 공격수 대런 벤트와 대니 머피는 8월과 9월 이달의 선수를 휩쓸었고, 폴 쥬얼 위건 감독은 이달의 감독상을 받았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시즌 중반부를 버티지 못하며 중하위권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모리뉴는 '푸른 사자 군단'을 이끌고 2연패를 달성, 자신이 왜 '스페셜 원'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마이클 에시엔과 숀 라이트 필립스 등 세대교체를 위한 핵심 선수들을 영입한 첼시는 다시 한번 리그 29승을 달성, 승점 91점으로 2위 맨유를 8점 차로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2005-2006시즌은 홈 경기장이 바뀌기 전 아스널의 마지막 시즌이다. 아스널은 1913년 개장한 아스널 스타디움(하이버리)에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홈 경기장을 옮겼다. 아스널 우승의 역사를 함께 해온 기존 하이버리 부지는 철거돼 주택단지로 재개발됐다. 앙리는 하이버리에서 진행된 마지막 경기에서 위건 애슬레틱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한편, 아스널과 미들즈브러가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컵 결승전에 올라 스페인 팀들을 상대했다. 두 프리미어리그 팀은 각각 바르셀로나와 세비야 FC를 상대로 분투했지만, 패배하며 대회 준우승에 머물렀다. 아스널은 솔 캠벨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후반 사무엘 에투와 줄리아누 벨레티에게 연달아 골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미들즈브러는 득점 없이 루이스 파비아노, 엔조 마레스카, 프레데리크 카누테에게 실점하며 0-4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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