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우승’ 맨유와 티에리 앙리의 아스널 [당신이 몰랐던 PL②]

입력 2024-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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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가 1992년 출범했다. 프리미어리그는 32년간 잉글랜드 최상위 축구 리그로 군림하며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출범 당시 주로 영국인과 아일랜드인으로 구성됐던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약 70여 국적의 선수들이 뛰는 범세계적인 리그로 발돋움했다. 이제부터 치열했던 프리미어리그 역사 한 켠에 득점왕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소개한다. 또한 그해 리그 우승팀과 눈여겨볼 만한 이야깃거리를 짚어본다.

2000년대 프리미어리그는 말 그대로 격동기였다. 첼시 FC와 맨체스터 시티로 대표되는 ‘오일 머니’ 세력은 프리미어리그 판도를 뒤흔들었고, 아스널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FC, 첼시 FC는 ‘빅4’로 불리며 새로운 우승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90년대를 주름잡은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중위권으로 몰락했고, 전통 강호 리즈 유나이티드 또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지휘 아래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무패 우승’ 신화를 썼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는 맨유는 리그 3연패에 성공했다. 첼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감독 조제 모리뉴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에 성공했고, 리버풀은 리그 성적이 다소 아쉬웠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반 3골차를 뒤집은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으켰다.

티에리 앙리는 3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프리미어리그 데뷔하며 유럽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데니스 베르캄프, 앨런 시어러 등 리그 위상을 드높인 최고의 선수들이 은퇴했고, 프랭크 램퍼드, 웨인 루니, 로빈 판페르시 등 이제는 각 클럽의 전설이 된 선수들이 유니폼을 갖춰 입고 활약하기 시작했다.

▲박지성. (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박지성. (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특히 이때 한국인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 많이 진출했다. 2005년 박지성의 맨유 입단을 시작으로 같은 해 이영표(토트넘 홋스퍼), 2006년 설기현(레딩 FC), 이동국(미들즈브러), 2008년 김두현(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조원희(위건 애슬레틱), 2009년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등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2000-2001 입스위치의 반란과 맨유의 3시즌 연속 우승

첼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가 23골을 폭격하며 단독 득점왕에 올랐다. 통산 2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하셀바잉크는 이듬해에도 35경기에 출전해 23골을 넣었지만, 티에리 앙리의 24골에 1골 차로 뒤지며 2연속 득점왕에는 실패한다. 이후 미들즈브러와 찰턴 애슬레틱을 거친 하셀바잉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총 288경기를 소화하며 127골을 득점, 통산 다득점 16위에 올라선다.

2000-2001시즌은 우리에게 '리즈 시절'로 유명한 앨런 스미스가 두각을 나타낸 해이기도 하다. 당시 리즈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뛰던 스미스는 시즌 11골에 6도움을 기록, 8월 이달의 선수상을 받는 등 잉글랜드의 차기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0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이후 끔찍한 부상과 함께 동 나이대 신성 웨인 루니의 등장으로 점차 잊혀졌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최단기 골이 터지기도 했다. 토트넘 홋스퍼 수비수 레들리 킹이 그 주인공이다. 킹은 2000년 12월 9일 브래드포드 시티와 맞붙었을 당시, 전반 10초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 직후 후방에서 올라온 공을 상대 수비수가 걷어냈고, 킹이 중간에서 공을 인터셉트해 전진했다. 슈팅 기회가 생긴 킹은 곧바로 오른발 슈팅을 시도, 공은 상대 수비수 발에 맞고 굴절돼 오른쪽 파포스트로 흘러 들어가며 경기 시작 10초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킹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3-3으로 마무리했다.

▲(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승격팀 입스위치 타운이 시즌을 5위로 마감하며 축구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입스위치는 1994시즌부터 지휘봉을 맡은 조지 벌리 감독 아래서 1999-2000시즌 3위로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벌리 감독은 11월 이달의 감독상에 이어 올해의 감독상 수상까지 성공한다. 입스위치의 반란에는 공격수 마커스 스튜어트의 물오른 득점력이 주요했다. 스튜어트는 리그에서 19골을 넣으며 앙리(17골)와 마크 비두카(17골), 마이클 오언(16골) 등을 제치고 득점 랭킹 2위를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에서 또다시 우승하며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3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룬다. 디비전 시절이던 1983-1984시즌 리버풀의 3시즌 연속 우승 이후 처음이자 역사상 네 번째 대기록이다. 리그 역사상 첫 3연패는 1923년~1926년 허더즈필드 타운 AFC가 기록했다. 이후 1932년~1935년 아스널이 3연패에 성공했다.

리그에서 3위를 기록한 리버풀이 약진한 시즌이기도 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은 UEFA컵에서도 데포르티보 알바레스를 5-4로 꺾으며 3관왕에 오른다. 당시 리버풀은 마커스 바벨의 전반 4분 헤더 슈팅과 12분 뒤 스티븐 제라드의 오른발 슈팅, 게리 맥칼리스터의 추가골과 로비 파울러의 골까지 총 4골을 넣었지만, 후반 44분 조르디 크루이프에게 막판 동점 헤딩 골을 헌납하며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결국 연장 후반 17분 데포르티보 윙백 델피 젤리의 자책골이 나오며 극적으로 우승한다.

2001-2002 왕좌를 되찾은 아스널과 티에리 앙리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티에리 앙리가 프리미어리그 입성 3시즌 만에 새로운 득점왕에 올랐다. 앙리는 리그 33경기에 출전해 24골을 몰아치며 팀의 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첼시의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앨런 시어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뤼트 판니스텔로이가 23골로 앙리의 뒤를 이었다. 도움왕을 차지한 로베르토 피레와 그의 동료 데니스 베르캄프는 각각 15도움, 12도움을 올리며 아스널의 공격을 이끌었다.

2001-2002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요 선수들의 이적이 돋보였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프랭크 램퍼드가 여름 이적시장 때 첼시로 이적했고, 풀럼은 유벤투스로부터 골키퍼 에드윈 판데르 사르를 데려왔다. 판니스텔로이는 PSV 에인트호번에서 맨유에 합류하며 득점왕 경쟁을 예고했다. 테디 셰링엄은 토트넘 홋스퍼로, 토트넘 수비수 솔 캠벨은 지역 라이벌 아스널로 이적했다.

맨유의 붙박이 골키퍼였던 피터 슈마이켈이 애스턴 빌라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한 최초의 골키퍼가 됐다. 2001-2002시즌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빌라로 이적한 슈마이켈은 10라운드 에버턴전 골키퍼로 선발 출전했다. 슈마이켈은 1-3으로 밀리던 후반 45분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 경합 도중 흐른 공을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이어갔다. 공은 왼쪽 골대를 지키던 수비수를 맞고 골망을 갈랐고, 슈마이켈은 이 슈팅으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첫 골키퍼 득점을 올린다. 하지만 팀은 1골차를 뒤집지 못하고 2-3 패했다.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아스널이 두 번째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2위 리버풀과 격차를 7점 차로 벌리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4연패를 막아냈다. 아스널은 리그 우승과 더불어 FA컵 결승전에서 첼시를 상대로 레이 팔러의 선제골과 프레디 융베리의 추가골로 2-0 제압에 성공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2001-2002시즌부터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에 참가할 수 있는 팀이 3팀에서 4팀으로 늘었다. 따라서 1위와 2위인 아스널과 리버풀은 1차 조별 예선에, 3위와 4위인 맨유와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3차 예선에 참가했다. 리그 5위인 리즈 유나이티드와 6위 첼시, 리그 컵에서 우승한 블랙번 로버스가 UEFA컵 1라운드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첼시는 FA컵 결승에서 유럽대항전을 확보한 아스널과 맞붙으며 자동으로 자격을 얻었다.

승격 시즌 5위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킨 입스위치 타운이 18위를 기록하며 강등당했다. 38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9승만을 거둔 입스위치는 더비 카운티, 레스터 시티와 함께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선덜랜드 AFC와 볼턴 원더러스는 승점 4점 차로 겨우 강등을 면했다.

2002-2003 판니스텔루이와 리오 퍼디난드. 그리고 또다시 맨유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 23골. 적응기 없이 리그를 폭격한 뤼트 판니스텔로이가 두 번째 시즌 2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기존 득점왕 티에리 앙리와 1골 차이를 벌리며 직전 시즌과 대비를 만들어냈다. 올해의 선수도 판니스텔로이의 몫으로 돌아갔다. 팀 동료인 라이언 긱스의 10도움, 데이비드 베컴의 8도움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컴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

개인 기량이 정점에 오른 앙리가 진가를 드러낸 시즌이다. 직전 시즌 24골에 이어 또다시 24골 득점에 성공한 앙리는 도움 20개를 기록, 전례 없는 20-20(득점 20-도움 20)에 성공한다. 현재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20-20을 기록한 선수는 앙리 외에 없다. 타 리그를 포함하면 2010-2011시즌, 2014-2015시즌, 2019-2020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리오넬 메시(33경기 31골 21도움, 38경기 43골 21도움, 33경기 25골 22도움)가 있다.

수비수가 세계 최고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운 시즌이기도 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번 시즌 수비 보강을 위해 리즈 유나이티드 센터백 리오 퍼디난드를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인 4500만 파운드를 지불하며 데려왔다. 퍼디난드는 로랑 블랑, '퍼기의 아이들' 존 오셰이, 웨스 브라운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리그 최소 실점(34실점)에 기여했다. 퍼디난드는 이후 네마냐 비디치, 파트리스 에브라 등과 함께 호흡하며 2014년까지 맨유 수비의 핵으로 활약, 퍼거슨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에버튼의 신성 웨인 루니가 만 16세 나이로 1군 무대에 데뷔, 아스널과 경기에서 데이비드 시먼을 뚫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역전골을 만들어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루니의 이 골은 아스널의 30경기 무패행진을 끊어내는 골이자 당시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득점 기록이다. 이 기록은 2005년 4월 10일 에버턴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나온 제임스 본의 골(16살, 270일)에 의해 경신된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골키퍼의 실책이 나오기도 했다. 애스턴 빌라 골키퍼 피터 엥켈만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6라운드 버밍엄 시티를 상대로 원정을 떠난 빌라는 전반 31분 클린턴 모리스의 오른발 슈팅에 선취점을 헌납하며 0-1로 끌려가던 상황이었다. 문제의 장면은 후반 32분 팀 동료 올로프 멜베리가 스로인을 던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멜베리는 엥케만에게 스로인을 던졌는데, 엥켈만이 터치 실수를 범하면서 그대로 자책골을 기록했다. 빌라는 결국 후반 38분 제프 호스필드에게 추가골을 먹히며 0-3으로 패했다.

한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다시 한번 리그 정상에 올라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스널을 승점 5점 차로 꺾으며 리그 최다 우승 커리어를 이어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즌 초반 6라운드 10위까지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인 22라운드부터 2위 자리를 지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즌 막바지 뒤집기에 성공하며 8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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