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위고비, 젭바운드 등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기전의 비만치료제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단순히 살을 빼기보다는 퀄리티(quality·질) 높은 체중감소를 무기로 한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GLP-1 수용체 작용제로 파킨슨병,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등 다른 질환에 대한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탐색하고 있소 관심이 쏠린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췌장의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과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기존 비만치료제가 5% 이하의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지만, GLP-1 수용체 작용제 기전의 비만치료제는 15~20%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
특히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파킨슨병, MASH, 심혈관계질환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주면서 단순한 비만치료제가 아닌 장수 호르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임상시험에서 목표하는 체질량지수(BMI)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도 다수 보고됨에 따라 추가적인 체중감소에 대한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코리아 2024(BIX 2024)’의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의 적응증 확대 흐름’ 주제 학술행사에선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러한 내용으로 개발 현황과 전략을 모색했다.
이날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전무이사)은 GLP-1과 위억제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시킨 비만치료 삼중 작용제 ‘HM15275’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현재 HM15275는 미국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최 센터장은 “전임상 연구에서 시장에 출시된 위고비나 젭바운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컸다. 근손실을 제외한 체지방량 자체도 감소했다. 단순하게 체중 감량의 절대적인 숫자로 지금까지 경쟁했다면, 앞으로는 체중감소의 질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GLP-1·GCG 이중작용제 ‘DA-1726’을 개발하는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장은 “비만치료제는 단순히 건강보조, 미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심혈관계에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제로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식욕 억제를 매개로 하는 젭바운드나 위고비의 경우 근육량을 보존하지 못해 지방과 근육을 모두 소실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GLP-1·GCG 이중작용을 통해 식욕 억제 외에 신체 말초에서 대사를 증진시켜 운동하는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임상 연구에서 체중감소 외에 에너지 대사 증가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4월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뇌질환에 대한 GLP-1 제제 사용 가능성도 발표됐다. 최근 GLP-1 약물이 미세아교세포를 타깃해 신경염증 반응을 차단하는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에서도 활발한 임상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이사는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파킨슨병에 관해 연구할 때 GLP-1 제제가 파킨슨병 질환에서 운동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해 환자들을 위해 약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해 임상에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 실패한 임상이 됐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다.
이 대표이사는 “회사 규모가 작아 여러 질환에 집중할 수 없다. 대사질환과 MASH, 비만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뇌 질환에서의 GLP-1 제제 사용과 관련해 큐어 파킨슨재단, 미국 국립보건원(NIH), 존스홉킨스대학 등과 연구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다음 연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