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 점검만 피하자”…이공계 2명만 있으면 '연구소 간판' [기업부설硏, 탈세 판도라]

입력 2024-06-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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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인정 요건 너무 느슨해" 비판 제기
연구원 채용 공고에 ‘문서관리ㆍ업체관리’ 등
위장 연구요원 배치 기업 "실사만 넘기면 돼"

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 촉진을 위한 기업부설연구소 및 연구개발전담부서 인정 요건이 너무 헐겁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연구개발전담부서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연구전담요원 1명을 확보하면 설립할 수 있다. 연구전담요원은 자연과학·공학·의학계열 등 자연계 분야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갖춰야 하는데, 서비스 분야 연구시설의 경우 자연계 분야 전공자가 아니어도 된다. 기업부설연구소는 벤처기업과 창업한 지 3년이 넘지 않은 소기업은 2명, 창업한 지 3년이 넘은 소기업은 3명, 중기업은 5명의 연구전담요원을 확보해야 한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각각 7명과 10명의 요원이 필요하다.

물적요건으로는 전용 출입문으로 구분된 공간을 연구시설로 마련해야 한다. 다만, 중소기업, 벤처기업, 연구원·교원 창업기업의 경우 예외가 적용돼, 전용면적 50㎡ 이하인 공간을 파티션·책장·책상 간 이격 등으로 구분해 운영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한 약 95% 기업이 중소기업, 벤처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대다수 연구소가 예외에 해당되는 셈이다.

요건에 따르면, 벤처기업·창업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소규모 기업은 이공계 연구원 2명과 별도 공간만 마련되면 연구시설을 설립해 절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소한 인정 요건을 악용하는 사례도 포착된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하는 기업의 관계자 A씨는 “불시에 나오는 현장 실사만 무사히 넘기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공계 학사 졸업생만 몇 명 있으면 어떤 기업이든 세제혜택을 받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기업부설연구소 대행 컨설팅 업체 관계자 B씨도 “어쩌다 한 번 현장 실사를 나오는 경우가 있긴 한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냥 운 나쁘면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

타부서에서 일하던 직원을 연구전문요원으로 등록한 후 겸직하게 하는 업체도 있었다. 최근 몇몇 기업은 민간고용서비스 플랫폼 사람인과 잡코리아에서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원’ 채용 공고에 ‘문서 관리’나 ‘업체 관리’ 등 다른 업무를 함께 포함하기도 했다.

이에 사후관리책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산기협은 1년에 한 번씩 연구개발활동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사전 연락 없이 수시로 연구시설을 방문해 확인을 거친다. 그러나 연구개발활동조사의 경우, 서면 보고서만으로는 기업의 연구개발 실적을 면밀히 확인할 수 없고, 더 나아가 해당 기업이 보고서를 실제로 작성한 것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산기협에 소속된 5명의 청문요원으로는 수만 건에 달하는 연구시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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