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부동산 입법 공회전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가 국회 원구성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면서 국토위는 반쪽 출범한 데 이어 부처 업무보고도 국토교통부 장·차관 불참으로 파행됐다. 전세사기 특별법과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입법 등 여야간 합의가 필수인 법안들은 논의는커녕 갈등 악화로 합의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야당은 이날 국토위를 열고 국토부로부터 전세사기 대처와 관련해 업무보고를 받으려고 했지만, 박상우 국토부 장관 등이 불출석해 업무보고가 불발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맹성규 국토위 위원장은 청문회에도 박 장관 등 부처 장관들이 불참하면 법적 제재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야당에선 국토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앞서 13일 열린 국토위 첫 전체 회의도 여당 불참으로 ‘반쪽’ 위원회로 시작된 만큼 국토위 회의가 두 번 연속 파행으로 끝난 셈이다.
문제는 부동산 현안이 쌓여있지만, 여야 갈등으로 합의가 필요한 법안들은 논의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문회 역시 개최 여부와 관계 없이 당정과 야당간 갈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법안 논의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평가다.
가장 시급한 부동산 민생 법안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은 정부가 경매차익 등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대안을 내놓고 야당과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와 야당은 첫 대면도 못 했고 그러는 동안 민주당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키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새롭게 발의된 부동산 현안 관련 법안도 적지 않다. 특히 여당에선 정부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할 정책 발의가 많은데 모두 야당과 합의가 진행돼야 해 부동산 정책 순항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피해주택을 매입하면 기존 건축법 위반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등을 부과받지 않도록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발의)과 재건축 정비사업 속도를 높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발의) 등은 일찌감치 발의돼 국토위에 계류 중이다.
이 밖에 재건축 안전진단 이전에도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한 도시정비법 개정안과 6년 이상 임대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도 여당에서 발의됐지만, 논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 역시 1기 신도시 특별법 적용 대상 지역 내 기존 무주택 세입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안정적인 이주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재정 민주당 의원 발의)과 철도 지하화 사업 대상에 ‘도시철도’ 구간을 포함하는 관련 특별법(고민정 민주당 의 발의) 등을 내놨다. 모두 정부와 정책 조율이 필요한 만큼 여당과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국토위 공회전으로 발의만 이뤄진 채 계류 중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정부 입장에선 여야간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여당 없이 야당과 법안 논의 테이블에 앉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결국 여당과 야당이 전세사기 피해자 등 국민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자세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식이면 당분간 여야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