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 오지 마세요"…한 달 남은 파리 올림픽의 '말말말' [이슈크래커]

입력 2024-06-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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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올림픽 오륜 링이 걸려 있다. (AP/뉴시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올림픽 오륜 링이 걸려 있다. (AP/뉴시스)

항공, 숙박, 티켓 몽땅 취소하세요. 생지옥이 될 겁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근원지는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인데요. 개막까지 불과 한 달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에게 파리에 오지 말라는 '보이콧' 영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틱톡 등에서 올림픽 기간 파리에서 방문객이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영상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예를 들면 파리에 사는 프랑스계 미국인 미란다 스타르체비츠는 지난해 11월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오지 마라. 몽땅 취소하라"면서 "누구도 올림픽을 원치 않는다. 이건 엉망진창 그 자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레오 노라'라는 닉네임으로 틱톡에 동영상을 올린 현지 대학생은 "올림픽을 보러 파리에 올 계획이라면 오지 말라"면서 이번 올림픽 기간 파리가 위험하고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죠.

이러한 영상 일부는 수만 회에서 100만 회 이상 재생되며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파리 올림픽에 대한 불만과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올림픽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이어지는가 하면, 선수단 숙소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요. 파리 올림픽을 두고 나오는 각종 '말'들을 살펴봤습니다.

▲한 남성이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조깅하고 있다. (AP/뉴시스)
▲한 남성이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조깅하고 있다. (AP/뉴시스)

"우리는 파리를 떠난다"…올림픽 앞두고 물가 오르는 파리

이번 파리 올림픽은 1924년 제8회 올림픽 이후 딱 100년 만에 파리에서 개최되는 하계 올림픽입니다. 프랑스로선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죠. 그러나 일부 파리 시민들은 올림픽에 대한 기대보단 불만이 큰 듯합니다.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시민들의 불만이 담긴 영상과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댓글로도 공감이 이어지고 있죠.

세계 최대 스포츠 행사인 하계 올림픽 개최지 주민들이 이처럼 이례적인 반감을 보이는 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과 행사 관계자들로 인해 물가 문제가 심화하는 데 따른 불만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일례로 파리 지하철 요금은 올림픽 기간 거의 갑절로 뜁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파리 대중교통 당국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지하철 요금을 85% 이상 인상하고, 버스 요금은 두 배가량 올립니다. 지하철의 단일 티켓은 2.15유로에서 4유로로, 시내버스 티켓은 다음 달 20일(현지시간)부터 2.5유로에서 5유로로 인상되는데, 9월 8일까지 유지된다는 설명입니다.

이 방침은 교통 이용권을 새로 발급받는 이들에게 적용됩니다. 월 정기권을 이용하는 파리 시민들을 제외한 단기 이용객의 요금을 대폭 올린 건데요.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도지사는 지난해 11월 대중교통 티켓 가격 인상 계획을 전하면서, '역의 혼잡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파리 시민들에겐 미리 이용권을 구입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같은 방침은 2017년 올림픽 유치 당시의 공약과는 상반됩니다. 당시 프랑스는 2012 런던 올림픽처럼 경기장 티켓을 가지고 있는 관객에게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요. 토니 에스탕게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2019년 11월 일간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장 입장권이 있는 관객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겠다. 예산이 들겠지만,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죠.

대중교통 이용권뿐 아니라 각종 물가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파리로 향하는 항공권부터 호텔까지 비용이 급격히 올랐는데요.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90유로였던 한 호텔 숙박비는 올림픽 기간 1300유로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올림픽 개막을 약 6개월 앞두고 입장료가 30% 인상됐고, 이에 앞서 파리 근교의 베르사유 궁전도 기존 19.5유로였던 입장료가 21유로로 올랐습니다.

숙소 문제도 떠올랐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대학생 기숙사를 파리 올림픽 기간에 동원하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샀는데요. AFP, 르 몽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4월 중순께부터 올림픽과 패럴림픽 관계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일부 대학생 기숙사가 비워졌습니다. 이 절차는 이달 말까지 계속되며, 입주는 다음 달 20일께 시작될 예정이죠.

틱톡에 파리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한 스타르체비츠와 노라 역시 파리 시 당국이 대학생 기숙사를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침을 비판했습니다.

올림픽 기간 파리에는 약 16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림픽 기간 도시를 떠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혼란스러운 파리를 떠난 동안 자신의 집을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플랫폼에 올려 비싼 숙박비를 챙기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프랑스 파리 센강. (AP/뉴시스)
▲프랑스 파리 센강. (AP/뉴시스)

"23일에 다 같이 볼일 보자"…센강 '소변 테러' 예고, 왜?

여기에 센강의 수질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센강은 1923년부터 입수가 금지됐습니다. 인구 증가로 인한 수질 악화와 유람선의 증가 때문이었는데요. 하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파리시는 7년간 14억 유로(한화 약 2조 원)를 투입해 하수 처리장과 빗물 처리장을 설치하고 폐수 방류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인 센강 정화사업을 벌였습니다. 파리 올림픽의 철인 3종 경기와 '수영 마라톤'이라 불리는 오픈워터(야외) 수영 경기를 모두 센강에서 치르는 게 시 당국의 목표죠.

그러나 프랑스 당국의 수질 개선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4월 수질 모니터링 단체인 서프라이더 재단에 따르면 센강의 수질 상태는 수영 적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기준치를 초과하는 대장균과 장구균 등이 검출된 건데요. 비가 내릴 때 수질은 더 악화한다는 의견도 더해졌습니다. 비가 오랜 시간 내리거나 한 번에 많이 내린다면, 빗물과 폐수가 혼합돼 강으로 방류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기간인 다음 달 말~8월 초엔 폭우가 내릴 가능성까지 있죠. 지난해에도 8월 5∼6일 센강에서 오픈 워터 스위밍 월드컵을 개최하려 했지만, 폭우로 수질이 악화하는 바람에 취소된 바 있습니다.

파리시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크로스토프 두비 IOC 수석국장은 마크 기욤 파리 광역 주지사 등 관계자로부터 '센강 수질 관련 보고'를 받았다면서 "최근 파리에 비가 내려 상황이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파리가 준비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번 여름 센강에서 올림픽 경기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죠. 파리시는 대회 전까지 수질 정화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급기야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센강에서 수영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센강이 깨끗하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서 23일 로랑 누네즈 파리경찰청장 등 유명 인사들과 함께 센강에 뛰어들어 수영하겠다는 건데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센강에서 수영하겠다고 2월 공언한 바 있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화 작업에 나섰지만, 수질 논란이 여전하자 파리 시민들은 항의하는 차원에서 단체로 센강에 볼일을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X(옛 트위터)에는 '6월 23일 센강에서 볼일을 보자'는 뜻의 해시태그가 확산하기도 했죠. 한 네티즌은 "우리를 똥물에 빠뜨린 뒤 똥물에서 목욕하는 건 그들의 몫"이라고 비난했는데요. 센강에 변기를 설치한 듯한 합성 사진도 내걸렸습니다. 심지어 23일 센강 도착 기준으로 위치를 입력하면 언제 용변을 봐야 하는지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황당한 웹사이트도 개설됐죠.

다만 23일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결정으로 프랑스는 30일 조기 총선의 1차 투표, 다음 달 7일에 결선 투표 격인 2차 투표를 치릅니다. 사회당 소속인 이달고 시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조기 총선을 결정한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선거를 치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선거가 종료된 뒤 올림픽 개막 전에 센강 수영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걸린 오륜링이 빛나고 있다. (AP/뉴시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걸린 오륜링이 빛나고 있다. (AP/뉴시스)

프랑스, 잡음 종결하고 '빛의 도시' 영광 강조할 수 있을까

범죄나 테러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관광객을 노린 사기, 소매치기 등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현지 주민들의 경고가 이어지는가 하면, '테러 위협 가짜 뉴스' 등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가짜 뉴스 중 일부는 러시아 단체가 배후로 의심된다는 지적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출신 선수의 개막식 행진 및 대회 출전을 금지한 탓에 러시아 출신 선수는 중립 입장의 개인 자격으로만 대회에 나설 수 있죠.

선수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걱정도 있는데요.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친환경 올림픽을 구현하려는 목표로, 건물 간 공기 순환을 촉진하는 배치와 건물 크기를 다양화해 자연 냉각을 꾀한다는 계획이죠. 7~8월 파리의 평균기온은 섭씨 최고 26도 안팎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이상고온 현상으로 지난해 7월 파리 기온은 43도까지 올라간 바 있습니다. 3월에는 파리 올림픽 선수촌 내부가 공개됐는데, 선풍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더위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죠. 대한체육회는 12일 "친환경 특수 냉매제(PCM)를 활용한 쿨링 재킷과 쿨링 시트를 제작해 파리로 떠나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방역당국이 빈대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에 대비해 빈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인데요. 일반의와 소아전문의로 이뤄진 전문가 집단은 올림픽 개최 기간 주요 경기가 치러지는 파리와 일드프랑스 지역에서 빈대 감염 건수를 집계하고,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빈대 감염 증가 폭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여러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지만, 파리의 얼굴과도 같은 에펠탑에는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 조형물이 걸린 상황입니다. 파랑, 노랑, 검정, 초록, 빨강 등 5가지 색을 띠는 오륜 조형물은 밤에는 10만 개의 친환경 발광다이오드(LED)가 찬란한 흰색 빛을 내죠.

19세기 초반 유럽에서 처음으로 거리에 가스 전등을 밝혀, '빛의 도시'로 불렸던 파리의 화려한 영화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모습인데요. 과연 시민의 불만과 우려를 잠식하고, 올림픽을 통해 역사와 전통, 아름다운 건축물에 대한 자부심을 세계에 떨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파리 올림픽은 다음 달 26일 개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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