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만성질환 이어지기 전 ‘골든타임’ 잡아야

입력 2024-05-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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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5-2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비만·당뇨 A to Z②]

“비만 치료 비급여…사회적 손해 16조 원”

▲7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만난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국내 비만 유병률과 치료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강북삼성병원)
▲7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만난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국내 비만 유병률과 치료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강북삼성병원)

“비만은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되는 질병입니다. 환자들의 치료와 건강 관리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해요.”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 비만 예방과 치료에 정부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비만은 학력과 경제력 등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이 있다. 비만이 고혈압, 당뇨, 각종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다.

본지는 최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진료실에서 강 교수를 만나 국내 비만 치료 환경과 개선 방향을 들었다. 강 교수는 성균관대 의대 임상영양연구소와 미래헬스케어연구소 소장으로 비만 환자들을 진료해 왔으며,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비만 환자의 증가세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경향이다. 식품 접근성이 높아지고, 실내 공간에서 정적으로 생활하는 패턴이 고착화되면서다. 회식으로 기름진 음식과 주류 섭취 기회가 많고,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근무하면 체중이 불어나기에 십상이다.

강 교수는 “연령과 성별에 따라 비만 환자가 증가하는 특성이 다른데, 남성들은 40대 전후로 음주가 늘고, 좌식 업무 환경으로 신체 활동을 충분히 하지 못해 비만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들은 50대 이후 월경이 멈추면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기 쉽다”라며 “60세부터는 일상적인 활동량도 많이 줄어들어 체중 조절이 더욱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1만5407명이었던 국내 비만 환자는 2022년 2만7071명으로 늘어 5년 사이에 75.7%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체중과 신장을 활용해 산출하는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25~29.9까지를 1단계 비만, 30~34.9까지를 2단계 비만, 35 이상을 3단계 비만으로 진단한다.

강 교수는 “비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병원을 찾아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환자가 혼자 다이어트를 하고, 체중이 빠진다고 홍보되는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으면서 비만으로 인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라며 “심지어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이 아니라 단식원이나 체형관리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기도 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고혈압, 당뇨, 우울증을 환자의 탓으로 매도하지 않듯이 비만도 환자가 혼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차차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만도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했지만, 치료 환경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 비만 환자를 위한 약물, 수술, 상담 및 교육, 운동 등 다양한 방식의 치료 요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선택지가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강 교수는 “최근에는 우수한 비만 치료 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관이 적지 않고, 의사들도 전문의 수련 과정 중 비만에 대한 교육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라며 “비만 치료를 위한 신약도 다수 등장해 치료 여건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비만 치료는 극소수의 초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위절제술을 제외하면 모두 비급여라서 경제적인 부담이 환자 치료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비만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급여 비만 치료의 문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소득 수준이 상인 경우 44%, 하인 경우 48.7로 파악됐다. 여성의 비만 유병률 역시 소득 수준 상 25%, 하 32.2%로 조사돼 격차가 뚜렷했다.

강 교수는 “수술적 요법이나 최근 등장하는 신약들은 체중 감소 효과가 크지만, 교육과 생활 습관 교정 등의 관리를 병행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체중이 증가하게 될 위험이 크다”라며 “의료비 때문에 충분히 치료받지 못하면, 비만으로 진학 및 취업 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게 되며 합병증으로 노동력이 하락하기도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돈 때문에 질병을 방치하고, 그 질병으로 인해 돈을 벌 기회를 잃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만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인구가 비만해지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인프라도 필요하다. 강 교수는 ‘대국민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다이어트 식단을 구매하거나,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각 지자체는 관내 보건소나 일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교육하고 체중 조절을 위한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라며 “또한,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체육 활동 프로그램과 운동 시설도 대폭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비만이 중증질환으로 이어지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15조6382억 원으로, 흡연(11조4206억 원) 음주(14조6274억 원)로 인한 손실 규모를 넘어섰다.

강 교수는 “치료 자체에 드는 의료비뿐 아니라, 환자 본인과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노동력 손실 및 생산성 저하로 인한 사회적 손해가 크다”라며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는 각종 심뇌혈관 질환과 암이 공통적으로 비만을 원인질환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증·만성 질환으로 발전하기 전에 비만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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