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율 더 높여라” “이미 76%”…고려아연 vs 영풍 갈등 격화

입력 2024-02-26 15:24 수정 2024-02-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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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고려아연, 배당율 더 높여라”
고려아연 “경영진 위해 과도한 요구”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각 사 제공)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을 두고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고려아연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배당결의안과 정관 변경안에 반대하면서다. 두 회사가 주주총회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5년 간 동업 관계를 이어오던 고려아연이 3세 경영을 시작으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은 이미 주주환원율이 76.3%로 높은 수준인데, 영풍이 무려 96%에 육박하는 과도한 주주환원율을 요구한다”며 “영풍의 주장은 고려아연 주주가 아니라, 고려아연 배당금이 없으면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없는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최기호ㆍ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이 모태다. 1970년 영풍 석포제련소, 1974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설립한 아연 제련사업를 주요 기반으로 한다. 최씨 일가는 온산제련소, 장씨 일가는 석포제련소를 각각 맡아 경영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지분 소유는 양측에서 비슷한 규모로 갖고 있으나, 경영은 최씨 일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이어져 왔다.

최근에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에 유상증자하고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는데, 장 씨 측은 지분율이 낮아진다며 반대하는 등 양측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에 배당금을 줄이지 말 것을 요구한 이유를 영풍의 부실한 경영실적에서 찾고 있다.

최근 5년 간 영풍의 경영실적(별도기준) 추이를 보면 매년 조단위 매출액을 내면서도 영업이익은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300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728억원, 2022년에는 10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 간 총 영업 손실만 1371억원에 달한다.

특히 영풍이 본 사업에서 얻은 이익은 한 푼도 없다. 최근 5년 간 영풍의 당기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높았다. 매년 고려아연이 영풍에게 지급하는 대규모 배당금에 의존했다는 의미다.

이번 표 대결의 발단도 고려아연이 결정한 연말 배당 규모다. 주당 5000원 배당을 공시하면서 중간배당 1만 원을 합하면 1만5000원인데 전년(2만 원) 대비 5000원 줄었다. 최대주주인 영풍으로서는 배당금 축소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배당액 축소로 영풍은 지난해보다 배당이 260억 원 줄어든다.

이에 영풍은 “작년(2022년)과 같은 수준의 이익배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통주 1주당 1만 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수정동의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고려아연 배당 추이. (사진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 배당 추이. (사진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도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2023년 기말배당 5000원에 더해 중간배당 1만 원과 1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3%로 지난해(50.9%)에 비해서도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며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기업이 모든 이익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한편 영풍은 2022년 사업연도 배당성향이 1.6%를 기록하는 등 수년째 1% 선에 머물고 있다. 또 영풍 계열로 분류되는 상장사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시그네틱스 등은 배당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영풍은 내달 19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은 최 회장 측 33.2%,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 32%다.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의결권 확보를 위한 양측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최 회장과 장 고문의 임기는 3월에 끝난다.

그간 양사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1시간 간격을 두고 정기주주총회를 치렀으나 지난해부터 50년 가까이 이어온 관행을 깨고 다른 날 정기주총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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