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감독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 영화(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부문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무대에 오른 이 감독은 “이 자리에 서 보니까 정말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체감된다”며 함께 시리즈를 만든 배우와 제작진들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는 “‘성난 사람들’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장면들은 사실 저 스스로를 반영한 장면”이라며 “그런 쇼를 많이 좋아해 주시고 개인적인 고통을 작품에 투영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감독은 “LA에 처음 왔을 때 내 은행 통장은 마이너스였다”며 “그 당시만 해도 이 상을 받을 줄 몰랐다”라는 감회를 전하기도 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당시 이 감독의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 63센트로 그것을 메우기 위해 돈 1달러를 저금하러 은행에 갔다가 은행원으로부터 “정말 1달러 저금하시는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다. 2008년 미국 장수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 각본가로 데뷔한 그는 ‘아웃소스드‘(2010), ’실리콘 밸리‘(2015), ’데이브‘(2021) ’투카 앤 버티‘(2019) 등 TV 시리즈의 연출과 각본을 담당했다.
이 감독에게 작품상의 영예를 안겨준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 분)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에이미(엘리 웡 분) 사이에서 난폭 운전 사건이 벌어지며 촉발되는 내면의 분노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 감독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극 중 대니처럼 유년 시절 미국 내 한인 교회에 다녔던 이 감독은 작품에 이민자가 겪는 고립감과 그리움, 무게 등을 섬세하게 담았다.
한편, 이날 ‘성난 사람들’은 감독상 외에도 작품상과 작가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6일과 7일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수상한 미니시리즈·TV 영화 부문 캐스팅상과 의상상, 편집상까지 다하면 총 8개의 상을 거머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