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싸인 한국경제 활력저하
규제완화와 감세로 돌파구 열어야
‘줄·푸·세’란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2012년 대선(大選)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공약이다.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 만큼 보수의 핵심가치를 담아낸 공약은 없다. 하지만 줄·푸·세 공약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힘을 잃었다. 안타깝게도 인기영합에 함몰된 ‘경제민주화’에 의해 그 가치가 희석되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민생 경제에 초점을 맞춘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내놨다. 내수 회복과 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 혁파와 감세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윤 정부는 줄·푸·세에 기초해 구조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유럽의 병자였던 아일랜드와 그리스가 환골탈태했다. 아일랜드는 금융위기 직후 2009년, 2010년 2년 연속 역(逆)성장하며 유럽연합 회원국 중 가장 큰 경기 침체를 겪었다. 2010년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8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24%였던 법인세율을 12.5%까지 낮춰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다수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를 유치했다. 2010년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던 그리스도 2019년 7월 집권한 미초타키스 총리의 친(親)시장, 부채감축 정책으로 빠르게 정상화됐다. 2022년 10월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도를 투자적격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20년 206%에서 2022년 170%까지 내려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모두 주라’(give them all)는 포퓰리즘의 옷을 벗은 결과다. 2023년 그리스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한국의 1.4%를 압도한다.
한국은 경제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고부채, 고금리, 저투자, 저소비, 저성장의 쳇바퀴를 돌기 바쁘다. 한국경제 활력저하의 ‘기저요인’을 천착해야 한다. 우리기업은 ‘4면초가(四面楚歌)’의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반기업정서는 기본이고, 거미줄 같은 규제, 다락같이 높은 법인세율과 상속세율,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그것이다.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잘못된 미신과 신화’를 혁파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소득주도성장의 잔재’를 불식시켜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으로, 즉 분배개선을 통해 소득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배로 성장을 일으키겠다는 것은 허망한 꿈이다. ‘주어와 목적어가 같으면’ 정책이 될 수 없다. 주어와 목적어가 분리된 ‘투자견인, 혁신추동’ 성장이 논리적으로 정합적(整合的)이다. 결국 투자와 혁신을 어떻게 추동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과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율 10%포인트 상향 조치는 타당하다.
구조개혁의 성과를 내려면 인습적 사고를 타파하고 ‘인과관계’를 적확(的確)하게 꿰뚫어야 한다. 민생경제를 압박하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에서 비롯되었지만 상당부분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돈과 재정을 풀어제낀 문재인 정부는 물가를 자극했다. 방만 경제운영으로 빚어진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했고, 국채를 싸게 발행해 국채를 소화시켜야 했기 때문에 고금리를 부추긴 것이다. 물가가 올라가면 환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재정 확대로 국가 채무는 문재인 정부 말기 ‘1000조 원’을 넘어섰다. 그만큼 경제체질이 약해졌다.
감세는 좌파에 의해 ‘부자감세’라는 악질적 프레임이 씌워졌다. 감세는 민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주는 것이다. 정부 금고가 아닌 민간 주머니에 남아있는 1원이 더 합목적적으로 쓰인다. 감세는 당장은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 볼 때 기업 투자 확대와 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법질서와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도 ‘줄·푸’만큼 중요하다. 가짜뉴스는 정치권이 도덕적 해이에 빠졌기 때문이지만 엄정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가치관의 혼돈도 우려스럽다. 저출산의 요인으로 남녀갈등이 꼽힌다. 미혼(未婚)이 아닌 비혼(非婚)은 젠더갈등을 촉발한 페미니스트 운동이 남긴 상처이다. 우파가치에 기반한 줄·푸·세로 개혁을 추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