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점진적 하향 안정화 노력 필요"
한은, 가계·기업신용 모두 축소 필요 지적…"기업 존속 가능성 평가해야"
한국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 같은 내용을 28일 발간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고스란히 담았다.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잠정)은 전분기보다 14조3000억 원 증가한 1875조6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759조1000억 원으로 직전 최대치였던 작년 2분기(1757조1000억 원)를 웃돌았다.
한은은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주택구입을 위한 자금수요가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용도별 신규취급 가계대출(국내은행 기준) 비중을 보면, 주택구입 용도가 1~3월중(41.3%)에 비해 4~10월중 46.9%로 늘어난 반면, 생계자금 용도 비중(23년 1~3월중 26.7% → 4~10월 중 21.3%)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 중장년층이, 소득수준별로는 중·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상위 30%)의 대출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신규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소득이 비교적 안정적인 중장년층의 대출 비중은 2023년 1분기중 49.1%에서 2~3분기중 50.5%로 늘어난 반면, 청년층(1분기 중 39.1% → 2~3분기 중 37.6%)은 축소됐다"며 "또한 상환능력이 양호한 고소득 차주의 대출 비중은 2023년 1분기 중 55.7%에서 2~3분기 중 61.6%로 확대된 반면, 저소득 차주의 대출 비중의 경우 같은 기간 중 11.4%에서 9.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장기평균 수준을 하회하고 있으나,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의 기관에서 대출을 이용 중인 차주(취약차주)나 비은행금융기관 차주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 전반의 소득 대비 채무상환부담은 개선세가 주춤하고 자산 대비로는 소폭 증가한 가운데, 가계대출 연체율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3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가계신용통계 기준)은 160.2%(추정치)로 6개월 전(160.6%)과 비슷했다.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자금순환통계 기준)은 3분기말 46.0%(추정치)로 6개월 전(45.3%)에 비해 상승했다. 3분기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89%로 1분기말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2분기말 기준 명목GDP 대비 기업신용비율(이하 기업신용 레버리지)은 124.0%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주요국들과는 달리 기업신용 레버리지 비율이 상승세를 지속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은은 기업신용 중 금융기관 대출금은 비은행권 및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상호금융(새마을금고 포함),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 등 비은행권 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2019년말 25.7%에서 올해 3분기말 32.3%로 상승했다"며 "차주 기업 규모별로는, 2019년말 이후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이 각각 58.4% 및 51.8% 증가해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의 84.9%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상환능력 취약기업의 차입금 비중을 과거 위기 당시와 비교한 결과,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나, 지표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하거나 일부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부실위험기업(부실위험 5% 초과) 비중은 기업 수와 차입금 기준으로 모두 과거 두 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서술했다.
이에 한은은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간 유지될 경우 차환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높아진 금리 수준이 시장 기대보다 장기간 유지될 경우 기업대출 및 채권의 차환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책당국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기업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지속하는 가운데, 계속사업이 어렵다고 평가된 기업에 대해서는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