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혐오 대신 악습 철폐, 시선을 바꾸자

입력 2023-12-2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001년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 등 20명은 '축산물 가공처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개정안은 가축의 범위에 개고기를 포함시켜 도살과 유통, 가공 등에서 축산물 가공처리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개 식용을 합법화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당시 김 의원 등이 제시한 근거는 개 식용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았고, 실제로 소비량이 많은 만큼 개고기를 양성화해 위생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1998년 당시 하루 평균 25톤, 연간 약 8500톤이 업소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개 식용의 역사가 오래된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동의보감에도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해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표시될 정도다. 그 외 많은 고서에서도 개고기에 대한 언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개고기를 먹은 나라도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공자가 개고기를 먹었고, 논어에는 제사에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보신탕을 비난했던 동물보호주의자인 브리지트 바르도의 모국인 프랑스에도 1900년대 초반에는 개고기 정육점이 있었다고 한다.

개고기는 말 그대로 오래된 역사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개고기, 개 식용을 두고 저급한 문화, 열등한 것, 혹은 혐오의 대상이 돼버렸다. 서구의 비난과 항의도 한몫했다.

잘못된 역사는 바로 잡으면 된다. 반려인구가 늘어나고 동물 보호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 식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개 식용 종식이 가까워졌다는 것은 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다.

12일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특별법에는 개를 식용목적으로 사육·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마지막 단계는 악습을 철폐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다. 어쩌면 사회적 합의는 이미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혐오의 시선을 거두고 관련 산업에 대한 보상문제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성심당 대전역점’이 없어진다고?…빵 사던 환승객들 ‘절망’ [해시태그]
  • 경찰, 김호중 방문한 고급 유흥주점 새벽 압수수색
  • 다꾸? 이젠 백꾸·신꾸까지…유행 넘어선 '꾸밈의 미학' [솔드아웃]
  • "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 부동산PF 구조조정 시계 빨라진다…신평사 3사 "정부 대책 정상화 기여"
  • "전쟁 터진 수준" 1도 오를 때마다 GDP 12% 증발
  • 유니클로 가방은 어떻게 ‘밀레니얼 버킨백’으로 급부상했나
  • AI 챗봇과 연애한다...“가끔 인공지능이란 사실도 잊어”
  • 오늘의 상승종목

  • 05.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917,000
    • +0.67%
    • 이더리움
    • 4,329,000
    • +1.41%
    • 비트코인 캐시
    • 660,000
    • +2.33%
    • 리플
    • 723
    • +0%
    • 솔라나
    • 239,400
    • +3.1%
    • 에이다
    • 670
    • +0.45%
    • 이오스
    • 1,131
    • -0.62%
    • 트론
    • 171
    • -0.58%
    • 스텔라루멘
    • 150
    • -0.6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000
    • +2.28%
    • 체인링크
    • 22,530
    • +0.94%
    • 샌드박스
    • 617
    • -0.6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