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업종은 10개인 반면, 개선 업종은 4개에 불과해 기업 신용등급 하향 흐름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개선 업종은 조선, 이차전지, 방산, 메모리반도체가 제시됐고, 하락 업종은 철강, 운송, 종합건설, 주택건설, 은행, 생명보험, 증권, 할부리스, 부동산신탁, 저축은행으로 나타났다.
국제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나이스신용평가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국내 시중금리는 하향세지만, 절대금리 수준이 높아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고금리로 민간 소비여력까지 위축해 내년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민간소비증가율은 올해 2분기 들어 10개 분기 만에 1% 이하로 떨어졌다.
기태훈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고금리로 인해 A급 이하 회사채의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비금융기업의 A급 회사채 비중은 지난달 44.7%로 2019년(27.5%), 2020년(29.3%), 2021년(30.6%), 2022년(34.1%) 이래 최대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비금융기업의 올해 상반기 무보증 회사채 A~BBB등급 차입평균이자율은 1년 전과 비교해 150~170bp 상승했다. 이에 따라 A등급 회사채의 이자보상배율은 5.5배에서 3.3배, BBB등급은 2.4에서 1.9배로 하락했다.
기 본부장은 ”올해 채권발행시장이 우량채 쏠림 현상으로 A급 발행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대체통로로 대표적 단기차입금인 CP잔액이 증가하고 있다“며 ”비금융기업 중에서도 A급 이하 기업은 내년 자금시장 변동에 따르면 재무 민감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금융 기업의 이자보상배율도 하락하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부담이 확대하고, 한계기업이 증가하는 등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한 영향이다. 기 본부장은 “기존에 저금리로 조달한 장기 부채가 고금리로 전환하고, 보유 현금성 자산을 통한 차입금 상환 영역이 축소되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이자보상배율 하향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채무증권 규모는 작년과 유사하지만, PF자산의 질이 저하하면서 손실 인식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상반기 브릿지론을 기반으로 한 발행잔액비중은43%로 작년 말 44%보다 1%p 감소했지만, 과거 매입한 고가의 토지대금, 공사비 상승, 상대적 고금리 등으로 예상 사업수지는 악화하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내년 중 기준금리는 소폭 하락하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며 “고금리 시대 소득 대비 과도한 부채비율의 정상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경제 체력을 감안했을 때 디레버리징(부채감소)는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