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코로나19로 무너진 영화 유통질서 회복할 기회"
"제2의 박찬욱, 봉준호 나오려면 '마이너리그' 활성화해야"
OTT를 통한 영상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영화관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홀드백(hold back) 준수를 지원해 영화관 관람 수요 회복을 뒷받침하는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홀드백이란 한 편의 영화가 이전 유통 창구에서 다음 창구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극장 → IPTV → OTT → TV 채널 순으로 유통된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성장과 달리 올해 1~9월 간 국내 영화관 매출액은 9565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동기 평균의 70%에 그쳤다. 누적 관객 수는 56.9% 감소해 절반 가까이 추락했다.
이에 문체부는 업계 홀드백 자율협약 체결 지원 및 '모태펀드(영화계정)' 투자작 대상에 한해 홀드백 준수 의무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OTT 즉시 유통으로 위축된 영화관 관람 수요를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문체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태펀드 투자작 대상이 아닌 작품은 업계 자율협약에 맡긴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홀드백을 통해) 모든 영화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보다는 업계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제작사, 투자·배급사, OTT 등이 논의하는 홀드백 협약 테이블에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참여해 상이한 의견을 조율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홀드백 도입 추진에 일단 영화계는 환영의 분위기다. 모태펀드 대상작에 한해서라도 홀드백 준수를 의무화하는 방침이 극장 중심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기업들의 홀드백 협약에 정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사안에 대해서 정부가 과연 조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법으로 기간을 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없어져야 하는 규제도 있지만 선순환 효과가 클 때는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를 통해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극장에는 최소 6개월 정도 영화를 상영하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국영화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며 "극장 중심으로 수익이 극대화될 때 제작사, 투자·배급사가 다른 영화를 만들고 투자할 수 있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야만 코로나19로 무너진 영화 유통질서가 확립된다"고 말했다.
다만 상업영화, 독립영화 등 관객 수요에 따라 홀드백 기간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게 극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화 산업이 발전한 프랑스는 '영화영상법'에 의거 영화계와 OTT 사업자 간 협약에 따라 홀드백 기간을 정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원래 프랑스에선 영화관 개봉 후 36개월이 지나야 OTT가 상영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현지 영화를 최소 10편 제작하는 조건으로 홀드백 기간을 15개월로 줄였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룬 영화 '다음소희'를 제작·배급한 김동하 한성대 미래융합사회과학대학 교수는 본지에 "독립영화 등 저예산 영화를 주로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홀드백을 통해 상영기회를 보장해준다면 좋다"면서도 "더 큰 문제는 탕수육과 짜장면을 같은 가격에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영화계에는 마이너리그가 없다는 게 문제다. 상대적으로 예산이 많이 들어간 상업영화와 저예산 독립영화의 티켓값을 같은 가격에 내놓는다면, 관객들은 어떤 영화를 보겠느냐"며 "우리 입장에서는 티켓값을 싸게 해서라도 관객을 유인해 최소한의 상영권을 보장받는 게 좋다. (마이너리그가 없다면) 제2의 박찬욱, 봉준호는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