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 유가·글로벌 탄소중립 흐름 속 사업 다각화 전략 고민
상반기 고전했던 정유사들이 3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할 전망이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 마진이 급등한 덕이다. 다만 이달 들어 정제 마진이 다시 내리막을 걷고 있어 실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정유 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한창이다.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도 이 같은 전략에 힘을 싣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일제히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3분기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2분기에 각각 1068억 원, 19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이 유력해졌다.
에쓰오일은 2분기 영업이익이 364억 원에 그쳤지만, 3분기에는 8000억 원 후반대 실적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HD현대오일뱅크도 2분기 영업이익 361억 원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유가와 정제 마진 상승으로 호조를 보인 정유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정제 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의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사용된다.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 수준이다. 2분기 평균 7.4달러 수준이던 정제 마진은 7월 들어 상승세를 보이며 9월 둘째 주 16.8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만 추세 반등으로 보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실적 배경으로 꼽힌 정제 마진이 이달 들어 꺾이기 시작하면서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글로벌 수요가 위축돼 정제 마진이 하락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분쟁으로 유가가 출렁이고 있는 점도 업황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유업계가 ‘탈정유’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유가 흐름에 민감한 정유사업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에쓰오일은 내달 중 서울 마곡 산업단지에 석유화학 분야 연구개발(R&D) 센터를 준공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석유화학 비중을 12%에서 2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9조2580억 원을 투자해 울산에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짓는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친환경 바이오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6월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SAF) 실증 추진 업무협약(MOU)을 맺은 데 이어 HMM과는 바이오선박유 시범 운항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LG화학과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3HP(3-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 사업 협력을 시작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등을 3대 친환경 미래 사업으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신사업 수익 비중을 7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SK온), 석유화학(SK지오센트릭), 윤활유(SK엔무브) 등 일찌감치 사업 다각화 전략을 펼쳐온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정유사업의 매출 비중이 평균 70%에서 지난해 60%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바람도 정유업계의 변화에 힘을 싣는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화석연료의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게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정유사들의 고민도 큰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