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하 공동선언) 25주년을 맞아 "일본이 과거를 명확히 사죄하고 한국이 이를 받아들여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를 서로 맹세한 것이 최대 의의"라고 평가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불린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코노기 교수는 아사히신문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김대중 정권이 일본 대중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한 것이 (시민 교류) 융성의 출발점이 됐다. 어쩌면 공동선언 최대 의의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가 발표한 이 선언에서 오부치 전 총리는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부치 전 총리의 역사 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양국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 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화답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공동선언이 나올 수 있던 배경으로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로 인해 일본과 대립할 상태가 아니었고, 일본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명확히 표명한 정권이 이어졌던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국보다 일본이 공동선언을 높게 평가해 왔고, 한국에서는 진보로 불리는 좌파 정권보다 보수 우파 정권에서 더 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동선언 이후에도 양국이 마찰을 빚어온 배경에는 역사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한국인은 가혹한 지배에 용감하게 저항했다는 자부심이 있고, 이러한 마음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할 때까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는 존엄의 문제"라고 했다.
일본 역시 아베 신조 정권이 집단 기억을 단순화해 '기억 전쟁'을 펼쳤고, 이를 통해 피해자의 집요한 비판을 견디면서 가해자 나름의 반론을 내놓게 됐다며 "가해자에게도 역사 문제는 존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내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도쿄신문은 이날 공동선언을 다룬 사설에서 "미래 지향적 관계 구축을 지향했던 내용은 지금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정부는 관계 개선 흐름을 멈추지 말고, 신뢰와 협력을 향한 노력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안정된 지역 정세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대화를 거듭해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