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안정·투심회복까지는 상당기간 소요될 듯, 추가 약세 배제 어려워
전날 패닉장을 연출했던 채권시장이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다만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라 장중 강세를 상당부문 되돌리는 흐름이었다. 국고채 30년물과 50년물 금리는 되레 상승반전해 1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밤사이 민간고용지표 부진을 이유로 미국채 금리가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시장에서 대량매수에 나선 것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기 충분했다. 오후들어 이 총재는 한국금융학회와의 공동정책심포지엄 축사에서 “앞으로 높은 금리수준이 장기간 지속(higher for longer·H4L)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구원투수가 돼줄 것으로 기대했었던 채권시장으로서는 실망감을 키우기 충분했다.
9월 소비자물가가 생각보다 높았지만 시장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개장전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7%를 기록했다. 7월 2.3% 이후 두달연속 오름폭을 키운 것이며 4월(3.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전망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패닉장에 손실이 큰데다 불안심리도 여전해 투자심리를 회복하는데 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물타기로 버티는 모습을 연출한 점도 향후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급격한 추가 약세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도 봤다.
5일 채권시장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통안2년물은 3.4bp 하락한 4.047%를, 국고3년물은 2.7bp 떨어진 4.081%를, 국고10년물은 2.9bp 내린 4.322%를 보였다. 반면 국고30년물과 50년물은 0.6bp씩 올라 각각 4.205%와 4.174%를 나타냈다. 이는 각각 지난해 10월24일 기록한 4.335%와 4.281% 이후 최고치다. 국고10년 물가채는 6.3bp 떨어진 1.450%에 거래를 마쳤다.
이자율스왑(IRS)과 개인 주택담보대출금리의 준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금리는 1bp 하락한 3.83%에 고시됐다.
한은 기준금리(3.50%)와 국고채 3년물간 금리차는 58.1bp로 다소 좁혀졌다. 10-3년간 스프레드는 0.2bp 줄어 24.1bp를 보였다. 시장 기대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국고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3.4bp 상승한 287.2bp로 2012년 4월9일 288bp 이후 11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결제는 41만2433계약을, 거래량은 20만7621계약을 보였다. 원월물 미결제 3계약과 거래량 1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50회였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외국인은 1만2432계약을 순매수했다. 이는 7월13일 1만3402계약 순매수 이후 3개월만에 일별 최대 순매수 기록이다. 반면 금융투자는 1만4126계약을 순매도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5월2일 1만6031계약 순매도 이후 5개월만에 일별 최대 순매도다.
12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34틱 상승한 105.33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고점은 106.28, 저점은 105.25였다. 장중변동폭은 103틱에 달해 전장(141틱)에 이어 이틀째 원빅 넘는 등락을 보였다.
미결제는 17만911계약을, 거래량은 11만1467계약을 나타냈다. 원월물 미결제 12계약과 거래량 6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65회에 달했다. 전날도 0.65회를 기록해 2년만에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외국인은 1만1509계약을 순매수했다. 이는 6월12일 1만1710계약 순매수 이후 4개월만에 일별 최대 순매수 기록이다. 반면, 금융투자는 6882계약을 순매도해 8거래일만에 매도전환했다.
현선물 이론가의 경우 3선은 고평 3틱을, 10선은 저평 1틱을 나타냈다. 3선과 10선간 스프레드 거래는 금융투자에서 160계약을 보였다.
이어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 매수했음에도 시장 분위기가 취약한 모습이다. 대외금리가 좀 빠지더라도 국내시장 안정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손절성 매도보단 물타기를 하면서 버티는 모습도 제법 있었다. 향후 이런 점이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 될 수 있을지도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대부분 채권이 4%를 넘어가면서 저가라는 개념도 솔직히 정립하기 어려운 양상이다. 급격한 추가 약세 가능성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전일 미 금리 반락 영향으로 강세 출발했다. 소비자물가는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으나 연말께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한은 전망에 큰 영향은 없었다. 오후들어 이창용 총재의 H4L 관련 발언에 국내 기관 매도가 깊어지면서 금리 낙폭을 줄였다”고 전했다.
또 “불안 심리가 여전하고 포지션도 가볍다. 금리 상승폭이 워낙 큰 탓에 손실이 없을 수 없어 투심회복은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