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시선] 백척간두에 선 KBS 살리는 길

입력 2023-09-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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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앞세운 편파방송 깨고
계파따른 인사구태 이젠 버려야
글로벌마인드 갖춘 CEO 절실해

해임된 KBS 사장의 후임 공모가 마감되었다. 다수의 KBS 출신을 포함해 총 12명의 후보가 응모하였다. 이번에 선출될 사장은 전임 사장 잔여임기인 1년 정도 재임하게 될 것이지만, 그 역할과 책무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크게 붕괴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공정 보도체제를 재건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7월에 시작된 수신료 분리 징수는 특단의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가뜩이나 막대한 적자로 경영압박을 받고있는 KBS를 파산상태로 추락시킬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선출되는 사장은 어쩌면 잔 다르크나 이순신 장군처럼 백척간두에 서 있는 KBS를 구원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더구나 그 기간이 불과 1년여에 불과해 좀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리더십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공영방송 사장의 조건보다 훨씬 높은 자격 요건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임명될 KBS 사장에게 요구되는 조건들을 생각해 보자. 물론 여기서 교과서 같은 규범적 요건들을 재론할 생각은 없다. 대신 지금의 KBS 상황이나 이전 선출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KBS는 오랜 기간 정치권력과 공생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후견체제가 견고하게 구축돼 버렸다.

특히 지난 정권은 언론노조를 앞세워 공영방송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정권교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KBS는 그 체제를 고수하면서 편파방송과 가짜뉴스 진원지가 되고 있다.

현행 공영방송제도는 이사회 구성을 여야가 안배하는 형태로, 정치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게 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 어떤 사장도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선출될 사장은 정권과 거리를 두면서 ‘견제와 지원’이라는 균형된 자세가 요구된다. 그것만으로도 공영방송 KBS는 분명 진일보하는 것이 된다.

둘째, 전문성과 능력을 고려한 인사다. 몇 차례 정치 지형 변화를 거치면서, KBS 내부 구성원들은 특정 정파나 인물과 연계된 이른바 ‘계파’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왔다. 특히 정권이 교체되면 그 계파의 수장을 사장으로 옹립하면서, 인사를 독식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됐다. 그 결과 전문성이나 능력보다 계파 충성심에 따라 자리를 나누어주는 구시대적 인사가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 아마도 일부 후보는 적지 않은 수의 구성원들의 뒷받침을 받고 지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장으로 임명돼 그들에게 마치 전리품처럼 자리를 안배하는 일은 이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셋째, 노영방송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공영방송 KBS를 추락시킨 결정적 원인은 바로 노조가 주인이 됐다는 데 있다. 노조 활동이 공영방송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견제장치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KBS는 ‘어떤 외부 영향력으로부터도 독립된 방송’이라는 명분으로 ‘노조의,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방송’이 되어 버렸다.

특히 지난 정권이 구축해 놓은 현재 KBS는 노영방송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의 강한 정치성향을 지닌 언론노조 세력은 공영방송 정신은 물론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하는 방송법 취지에도 벗어나 있다. 차기 사장은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노영방송 체제를 강한 의지를 갖고 단호히 척결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공영방송 KBS 사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미디어 환경 변화, 특히 글로벌 미디어에 대한 높은 이해도다. KBS 구성원들 다수는 오랜 공공 독점구조에 안주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된 듯한 느낌이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미디어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그 대신 신규 미디어들의 도전을 법과 제도를 통해 방어하려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BBC를 비롯한 주요 공영방송사들은 온라인 매체들을 주 경쟁상대로 규정하고 온라인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OTT 공세에 대응하려면 글로벌 마인드는 절대 필요한 조건이다. 대통령과 현 정부가 공영방송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응모자들이 제출한 경영계획서에 이런 조건들이 얼마나 적합하게 작성되었는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공영방송 KBS를 구원할 수 있는 적합한 수장을 뽑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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