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화장품 주문자 개발생산(ODM) 기업이 중동 현지 기업과 손잡고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한국산 브랜드론 경쟁력이 없기에 현지 기업의 자체 브랜드(PB)를 안고 간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이하 콜마)는 수출입 사업 컨설팅 기관인 UAE BPC의 PB 화장품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기초 화장품 중심으로 공급하며, 생산은 한국에서 할 예정이다. 콜마는 중동의 건조한 기후 환경 등을 고려해 수분 공급과 피부 장벽 강화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며 현지 기업들과 생산 시점을 논의 중이다.
세종공장과 부천공장에 각각 기초·색조화장품 생산을 위한 ‘할랄 보증 시스템’도 구축했다. 할랄(Halal)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 할랄 인증을 받아야만 무슬림 국가에서 판매가 가능하다.코스맥스도 최근 중동 현지 화장품 브랜드와 ODM 계약을 체결했다. UAE 유명 인플루언서 살라마 모하메드가 설립한 로컬 뷰티 브랜드 ‘피스풀(Peacefull)’ ODM을 맡는다.
중동 시장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글로벌 화장품 시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동 화장품 시장은 2019년 205억 달러에서 작년 246억 달러(약 29조 4000억 원)까지 증가해 3년간 20% 성장률을 보였다.
특이한 점은 현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럽산 고가 브랜드와 제3국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저가 브랜드로 양분돼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K화장품 진입이 녹록지 않다. 앞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 PB 진출에 나섰지만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이들 양사는 소득 수준이 높은 현지인을 타깃으로 삼았는데, 이들은 여전히 유럽의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 결국 인지도가 낮은 국내 대기업 브랜드가 설 자리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화장품 ODM 업체들은 중동지역 저가 브랜드 화장품 업체와 손잡고 PB상품을 선보이는 등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현지에서 인디 브랜드를 비롯한 로컬 브랜드 시장이 구축돼야 성장할 수 있는 구조”라며 “현재는 할랄 인증을 받은 인도네시아 공장을 기반으로 조금씩 중동 내 고객사와 접점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 덕에 중동 내 한국 화장품 기술력은 인정받는 분위기다. 중동 내 소비력이 높은 UAE에 매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늘고 있다. 2021년 201만 달러에서 지난해 220달러로 증가했다.콜마 관계자는 “최근 중동에서도 K콘텐츠가 인기라 K뷰티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며 “계속해서 현지 진출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