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이재명 "체포안 가결, 檢 공작수사에 날개"
與·정의 등 전원 찬성 땐 野 최소28표 이탈시 가결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인 20일 '방탄'으로 가는 길목에 섰다. 친명(친이재명)계가 연일 당내 부결몰이에 주력하는 가운데 병상에서 침묵 중이던 이 대표까지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반발한 비명(비이재명)계 등 범야 이탈표로 자칫 가결될 경우 이 대표 정치생명에 치명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21일 연달아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내 기류는 단연 친명계 중심의 '부결'이다.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나라를 팔아먹기라도 했단 말인가"라며 "증거도 없이 증거 인멸, 도망갈 염려도 없는 이 대표를 굳이 구속하겠다는 것은 야당 탄압, 정적 제거, 야당 분열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부당한 정치탄압이자 사법을 빙자한 사냥"이라고 비판했고, 서은숙 최고위원도 "무도한 전현직 검사들이 청구한 체포동의안을 단칼에 부결시키자"고 했다.
'당론 부결' 언급도 나왔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당무위원이 체포동의안을 부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부결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서 "검찰독재에 거부하는 부결이 옳고, 이견을 하나의 결론으로 녹이는 게 당당하다"며 "당론부결의 파장은 전선 유지와 강화로 극복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같은 날 오후 의원회관에서 '윤석열 정권 폭정·검찰 독재 저지 총력투쟁대회'를 열고 부결 명분 쌓기에 나섰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야당 대표에게 체포동의안이라는 들어보지 못한 응수를 했다. 국회 회기를 기다려 노골적으로 검찰이 정치 행위를 감행했다"며 "거짓과 겁박으로 정치검찰을 동원해 야당을 파괴하려는 책동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함께 표결을 앞둔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에 대해선 "반드시 가결시키겠다"고 말했다.
급기야 병원에서 2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도 침묵을 깨고 부결 호소전에 가세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달라. 위기에 처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며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가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한 만큼, 소속 의원들에게 가결을 요청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비명계의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병상에 있는 이 대표가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고 부결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가결론도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일단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167석)이 자력으로 부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111석)을 비롯해 정의당(6석)·시대전환(1석)·한국의희망(1석)·국민의힘 출신 무소속(2명)까지 의원 121명이 모두 가결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비명계 등 범야권에서 최소 28명만 이탈해도 가결 정족수(149명·재적의원 297명)가 채워진다.
비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결국 부결을 자신한다는 것"이라면서도 "이런 메시지를 내놓고 가결되면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친명계 재선의원은 "부결을 당론으로 할 거냐 말 거냐 방법론 차이는 있어도 부결이 압도적인 다수"라며 "구속영장 청구 사유도 안 되는데 영장을 친 게 문제"라며 "당 운명을 송두리째 판사 개인한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원내지도부는 표결을 앞두고 초·재선 등 선수별·모임별 연쇄 회동을 갖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청취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날 오후 긴급의원총회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방탄 정당화(化)'를 우려하는 비명계 의원들과 부결을 요구하는 친명계의 격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메시지를 토대로 압박에 나섰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그동안 뒤에 숨어 체포동의안 부결을 조장하더니 이제 전면에 나서서 당 전체에 부결을 지시했다"며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