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명동점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었다. 한국 화장품을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통로를 지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주로 일본인부터 동남아,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까지 국적도 다양했다. 개인 여행으로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인 관광객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CJ올리브영이 운영하는 올리브영 명동점은 지상 1~2층 규모로 명동에서만 6번째 올르비영 매장이다. 최근 명동에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매장을 열었다.
크게 1층에는 색조 화장품, 2층에는 스킨케어, 마스크팩, 식음료 코너로 꾸며져 있었다. 그중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마스크팩 코너다. 종류만 수십 가지에 달해 고객들은 하나씩 살펴보며 신중하게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선택하거나 직원에게 효능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취향껏 구매했다.
일본인 관광객 아이(24)씨는 “한국에 여행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 건 한국 화장품 쇼핑하는 것”이라면서 “트와이스, 한소희 등 한국 여자 연예인들이 예쁘다고 생각해 한국 화장품에도 관심이 커졌다”고 귀띔했다. 아이씨의 장바구니에는 스킨, 로션 같은 기초 화장품부터 마스크팩, 여드름 패치 등 다양한 화장품들이 담겨 있었다.
홍콩에서 온 장(23)씨와 림(30)씨 장바구니 역시 핸드크림, 마스크팩, 아이크림 등 한국 브랜드 화장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도 모자랐는지 다른 새 장바구니를 꺼내와 물건을 추가로 채우고 있었다.
장씨는 샤오홍수(Xiao Hong Shu)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보여주면서 명동이 화장품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돼 찾아왔다고 했다. 장씨는 “명동이나 한국 여행 키워드를 검색하면 ‘올리브영에서 구매해야 할 리스트’ 등 한국 화장품 쇼핑 관련 글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과 친구들을 주려고 선물도 골랐다”면서 “사고 싶었던 마스카라가 있는데 품절이라고 해서 너무 슬프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이처럼 팬데믹 당시 화장품 로드숍 폐점 사태가 속출했던 명동의 상황은 최근 반전됐다.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열리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명동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뷰티업계는 과거 ‘뷰티 1번지’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명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 단장하거나 늘리고 있다.
올리브영은 8월 20일 명동 플래그십 매장 새단장에 들어갔다. 11월 1일 재개장을 앞둔 명동 플래그십 매장은 이번 재단장을 통해 외국 관광객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0월 오픈한 명동타임워크점부터 이번에 문을 연 명동점 등 명동 내에만 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서울 명동에서 총 5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네이처리퍼블릭은 명동월드점을 새로 단장한 뒤 8월 25일 문을 열었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명동을 포함한 전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50여 곳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는 2월 명동중앙점과 명동1번가점 2곳을 추가로 열었다. 이니스프리도 6월에 신규 매장 1곳을 추가했다.
늘어난 외국인에 힘입어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명동 내 5개 매장(6호점 제외)에서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배 넘게 증가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진행한 ‘올영 세일’ 기간에도 외국인과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며 전년 대비 28%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과거 큰손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으로 명동 화장품 업계 매출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7월 기준 22만4000명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 단체 관광객의 구매력이 예전만큼 큰 매출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중국 경제의 위기감에 소비가 줄어 빠른 회복세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2017년부터 6년 넘는 공백이 생긴 만큼 그 사이 중국인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을 수 있다는 것 역시 회의론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경제위기에 대한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현재 한국에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추이와 소비 규모를 지켜보고 향후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