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응답하라! 그때 그 시절

입력 2023-08-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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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국감 준비할 때 컴퓨터 모니터 보고 있으면 ‘거기서 답이 나오냐?’면서 한 소리 듣고…. 민주당 형들이 정말 파이팅이 넘쳤어. 그땐 정말 옆에서 보기에 무섭도록 뭔가를 팠어.”

최근에 만난 여권 보좌진이 넋두리로 한 말이다. 어느덧 고참이 된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때 그 시절’ 국정감사를 준비할 때는 여야 보좌진들이 서로 조언도 해주고 열정이 넘쳤다고 한다.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는 거나하게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곤 했었다는 것이다.

비단 보좌진뿐일까. 국민의힘 모 중진의원은 언젠가 통화를 하다 “내가 들어왔을 때는 여야가 이렇게까지 경색돼 있지는 않았었던 것 같은데….”라며 말을 흐린 적이 있다. 일전에 식사 자리에서 만난 여권의 전직 의원도 “예전에는 상임위 끝나고 나서 다 같이 고생했다고 술 마시러 가고, 그러다 또 우르르 넘어진 적도 있어. 지금 돌이켜 보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그때가 참 기억에 남아”라고 회상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자 지난해 8월 김진표 국회의장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여야 중진 협의체’ 공을 띄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19대 국회에서도 당리당략으로 흐지부지됐던 여야 협의체는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도 통과되긴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서로를 향한 비난과 고성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제 샴푸’를 가져와 “입은 반일 선동, 머리카락은 친일”이라고 비꼬았다. 어쩌다 ‘청담동 샴푸 요정’이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염수 방류는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며 일찌감치 정쟁의 불씨를 던져놨었다. 민주당은 촛불 집회를 한 데 이어 거리 행진 시위와 장외 집회를 추진하며 혈투를 준비하고 있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던 ‘꼰대’ 문화를 그리워하는 게 아니다. 여야가 서로 비판할 건 비판하되 뒤끝은 없는 것. 무섭도록 지적하지만 끝내는 감싸 안아줄 수 있었던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편 가르기’를 하라는 게 아니라 결국은 화합해나가라는 의미다.

보좌진은 훈훈했던 이야기를 펼쳐놓다 “최근에 형들을 만났는데, ‘이건 이렇게 했었어야지!’라고 한소리 하더라고. 와…. 우리 형들은 아직도 참 열정이 넘쳐”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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